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2년 연속 'D'…'물관리 경쟁' 수공은 연속 'A'
환경공단 “조직문화 개선으로 청렴도 높이고 안전관리 강화로 쇄신”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한국환경공단이 2018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미흡)등급을 받았다. 공기업·준정부기관 128개 중 E(아주 미흡)등급을 받은 유일한 기관인 대한석탄공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다. 환경부 산하기관 중에서는 환경공단만 D등급을 받았다. 지난해와 똑같다.

환경부 산하기관 중 평가대상에 오른 다른 기관들은 꽤 괜찮은 성적을 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한계단 오른 B, 임직원이 환경공단의 2배가량 많은 한국수자원공사는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수자원공사는 대구 물산업클러스터를 두고 경쟁했던 기관이라 이번 경영평가 결과가 환경공단 입장에선 더 뼈아프다.

환경공단은 지난해 7월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위탁 운영기관에 선정됐다. 대구 물산업클러스터는 지난 2016년 11월 2892억원을 들여 대구 달성국가산업단지 내 64만9079㎡ 터에 착공한 대규모 사업이다. 당시 위탁 운영기관 선정과정에서도 환경공단은 ‘낙제점’에 가까운 경영평가 등으로 적격성 논란에 시달렸다.

최근 5년간 한국환경공단의 경영실적 평가.
최근 5년간 한국환경공단의 경영실적 평가.

대구 물산업클러스터에는 2023년까지 사업비 2429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이곳에 스마트워터시스템을 구축하고 물 산업,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플랜트 기술을 융합해 세계시장을 이끌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뿐 아니다. 올해부터 3년간 455억원으로 물 산업 부품소재의 국제수준 인·검증 인프라인 유체성능시험센터를 건립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 기술 혁신과 유체성능 시험 분야 지원에도 나선다.

수천억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만큼 계속된 경영평가의 저조한 실적은 환경공단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 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국가 물산업클라스터는 대구시와 환경공단이 신규 일자리 1만5000개, 세계 최고 신기술 개발 10개, 수출 7000억원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울 만큼 국가 중점 사업이다.

환경부 물관리일원화가 1년을 넘어가는 시점에 수자원공사와 환경공단이 역할분담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도 극복할 과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두 기관은 지방상수도 지원, 하수도 설치 운영, 비점오염저감사업 등 6개 분야 21개 업무가 겹치고 있어 예산과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행정학회는 지난 3월 ‘물관리 체계 개편 관련 산하기관 기능재정립 방안연구’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수자원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행정학회는 일단 상수도는 수자원공사, 하수도는 환경공단이 전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어 환경공단의 ‘지하수 오염지역 원인 규명 정밀조사’ 업무를 수자원공사로 이관하고, 수질과 수생태 분야도 수자원공사가 대부분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학회는 물 재이용 업무까지 수자원공사의 손을 들어주며 사실상 하수도를 제외한 주요 사업 대부분을 수자원공사에 배분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환경공단은 수질 감시에 집중하게 된다. 환경공단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낮은 평가가 지속된다면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환경공단의 쇄신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장준영 이사장이 취임 일성부터 경영평가 점수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장 이사장은 이번 경영평가에서 재임기간 6개월 이상 기관장에 속하지 않아 경고조치를 받지는 않았다.

장 이사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몇 년째 기관평가는 최하위권에 맴돌고 있다. 기관평가가 실제 실적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고 위안하더라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며 강한 조직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신년사에서는 “가치 경영을 추구하겠다”면서 “정부 경영평가에서도 이런 점들이 강조되고 있다. 환경 분야는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기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는 실제 올해 경영평가에서 안전, 윤리경영, 일자리, 상생협력 등 사회적 가치 관련 평가배점이 준정부기관의 경우 20점에서 28점까지 늘렸다. 경영혁신, 혁신성장 지원 등 혁신성 비중도 높였다.

장 이사장 인선 뒤 환경공단 주요 요직을 빠르게 메워 경영 공백을 극복한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환경공단은 지난해 12월 24일 박찬호 경영기획본부장과 조강희 기후대기본부장을 임명하며 조직체계를 정비했다.

환경공단은 이번 경영평가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먼저 이번 경영평가 ‘미흡’의 원인을 △낮은 청렴도평가 △안전관리 컨트롤타워 부재 △환경개선 성과 미흡 등 3가지로 뽑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개선해 청렴도를 높일 방침이다. 안전관리 컨트롤타워 조직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임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7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지난 2017년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수준이었던 주요사업 부문 개량 지표는 많이 개선된 상황”이라며 “환경개선 부문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조직 간 갈등을 통합하는 데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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