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사태… 환경부 책임은 없나?
‘붉은 수돗물’ 사태… 환경부 책임은 없나?
  • 송철호 기자
  • 승인 2019.06.21 14: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명래 “이번 사태는 100% 인재” 발언...국민들 ‘의아함’ 느껴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이 지난 18일 ‘인천 적수 사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 2019.6.18/그린포스트코리아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이 지난 18일 ‘인천 적수 사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 2019.6.1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최근 발생한 인천시의 ‘붉은 수돗물’ 사태는 누가 봐도 인천시와 해당 상수도사업본부의 명확한 잘못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 부분은 인천시장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는 인천시의 ‘무리한 수계(水系) 전환’이 원인이다. 게다가 수계전환에 따라 공촌정수장 계통 배수지 탁도가 수계전환 이전 평균 0.07NTU에서 0.11~0.24NTU까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초동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시간(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인천시장의 공식 사과문 발표 이후 인천시의 잘못을 거듭 지적하기에 바빴다.

특히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이번 사태는 100% 인재”라면서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인지, 인천시의 잘못을 거듭 강조하는 것인지 모를 애매한 발언을 해 직접적인 피해자인 인천시민들은 물론, 이번 사태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지켜보는 국민들조차 ‘의아함’을 느끼게 했다.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수돗물은 지자체 소관이라는 점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가 장기전으로 들어선 상황, 그리고 공식적으로 환경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한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 모양새가 좋을 리 없다.

20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인천 서구 지역 주민들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을 고발·고소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평화복지연대 제공)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인천 서구 지역 주민들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을 고발·고소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평화복지연대 제공)

공식 발표 자료에 근거해 환경부의 행보를 살펴보면, 우선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밤 11시경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를 최초 인지했다.

이후 인천시와 협력체계를 유지하면서 지난 2일부터 기술자문, 병입수돗물·급식재개를 위한 급수차량 등 인적·물적 가능한 수단을 지원했다. 이어 학교 급식의 재개를 위해 피해지역 학교(보육시설, 유치원 포함)의 수질분석도 실시했으며 지난 7일 전문가 합동 정부원인조사반을 구성해 수돗물 공급단계부터 가정집 수도꼭지까지 전 과정을 조사했다.

이밖에 지난 12일부터는 옥내배관 세척팀을, 13일부터는 송배수관 이토작업을 위한 전문인력을 지원했다.

이처럼 환경부의 공식 행보를 따라가 보면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 최초 발생 후 결코 환경부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의 문제점이 보인다. 우선 붉은 수돗물 사태가 보름이 넘어가는 동안 왜 환경부는 인천시민을 비롯해 국민들에게 뚜렷한 공식 발표가 없었냐는 것이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이 지난 18일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보름이 넘도록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사태가 왜 장기화 되는지 인천시민들과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물론 환경부가 인천시 수돗물 속에 떠다니는 검은색 알갱이를 유해 요소로 지목해 식수는 물론 빨래에도 부적합하다는 ‘사용불가’ 판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는 논란에 대해 해명한 적은 있었다. 이 논란으로 오히려 인천시민들은 더 큰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과장된 논란에 대한 해명이긴 하지만 당시에도 환경부가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특히 인천시 등 지자체 대응과 사실 발표에 그대로 의존하는 모양새까지 노출돼 이번 사태가 보름이나 지속된 상황에서 최고 환경 당국의 대응치고는 상당히 소극적이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번 적수 사태로 인해 설거지와 식재료 손질도 생수로 하는 인천 시민들이 많다.
이번 적수 사태로 인해 설거지와 식재료 손질도 생수로 하는 인천 시민들이 많다.

다음으로 사태 발생 이후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접했을 때 결국 인천시와 환경부는 붉은 수돗물 사태 발생 초기부터 유기적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해 이번 사태에 공동으로 대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못한 것은 인천시뿐만 아니라 환경부 역시 적절한 초동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가 장기화로 접어든 것에도 결코 환경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로 인해 설거지와 식재료 손질까지 생수로 해야하는 인천 시민들의 불편은 적지 않다. 마셔도 괜찮은지, 심지어 빨래는 해도 괜찮은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들은 두려움이 더 커졌던 것이다.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와 같은 상수도관 문제는 더 이상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고 특히 인천 사태에 이어 지난 20일에는 서울 문래동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발생한 상황에서 지자체에 물관리를 전적으로 맡기는 시스템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인천시에서 붉은 수돗물 피해를 직접 겪고 있는 류모(48)씨는 “이번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인천시와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시기까지 예고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니 믿고 기다리고는 있지만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되는 동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못 잡고 우왕좌왕했던 것을 생각하면 관련 당국의 약속에도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복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노후 상수도관과도 연관이 있는데, 수도관이 노후되면 이물질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고 심지어 누수현상도 극심해진다”며 “결국 각 지자체가 노후 수도관 교체를 서둘러야겠지만 지자체 예산으로는 단기간에 모두 교체하기 힘들어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ong@greenpost.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