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기관 2000년대 초부터 탈석탄 선언…한국은 후발주자

1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지자체 탈석탄 금고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
1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지자체 탈석탄 금고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국내 금융기업의 탈석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전국의 지자체·교육청이 금고 지정시 탈석탄 투자 선언을 한 은행을 적극 우대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은 1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의 탈석탄 금고 지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자체가 금고 지정 시 탈석탄 투자를 선언한 은행을 적극 우대하는 방안이 탈석탄 투자에 무관심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관심을 유도할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탈석탄 금고’는 탈석탄 투자 선언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금융기관을 관리 은행으로 지정한 금고를 말한다. 해당 은행은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채권 인수, 대출 등 각종 금융지원을 중단하거나 향후 이행 계획을 밝혀야 한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많은 해외 금융기관들은 이미 탈석탄 투자 선언을 했다.

도이체방크는 신규 석탄화력 채굴과 석탄발전소 건설에 직접 투자를 중단한다고 밝혔고, 스탠다드차타드와 HSBC 등은 신규 석탄화력 채굴에 직접 투자를 중단키로 했다.

세계 1위 재보험사인 뮌헨 리는 석탄발전소 보험인수를 중단하고, 수익의 30% 이상을 석탄 관련 사업에서 창출하는 기업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다이이치생명과 닛폰생명보험도 탈석탄 투자를 선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 1070개 기관은 이미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참여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은 각각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에 관한 예규’와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금고지정 기준에 관한 예규’에 따라 금고를 지정한다.

환경단체들은 이날 전국의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이 탈석탄 선언여부, 국내외 석탄발전 투자철회 계획 제출 및 이행 등 ‘탈석탄 금고 평가 세부항목’을 신설하고 유의미한 수준으로 배점함으로써, 탈석탄 금고를 만들어 나가기를 촉구했다.

금고 시장은 국내 은행들의 가장 큰 사업 영역 중 하나로,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금고 규모는 2019년 기준 약 341조 5775억원이다. 여기에 17개 시도 교육청(약 70조 5960억원), 지자체 산하 공사 및 공단(약 28조 2274억원)과 출자·출연기관의 금고(약 12조 5507억원)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는 45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전국 지자체 및 시도교육청 금고로 지정된 은행은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등이다.

그러나 이 중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국내외 석탄발전소에 투자하고 있다. 탄발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모만도 최소 7230억원에 이른다. 그 외 회사채 투자 등 다른 형태로 투자한 금액까지 더하면 적게는 수조 원에서 많게는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전 세계 탈석탄 금융선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어 한국은 이미 후발주자”라며 “전세계 2위 규모인 한국의 해외석탄발전소 금융지원부터 시급히 중단해 타 공적기관과 민간은행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국내외 금융기관의 석탄투자 철회 동향과 중요성을 발표한 기후솔루션의 이소영 변호사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이유는 비단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환경적 이유뿐만 아니라 시장 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석탄사업의 재무적 위험성 때문”이라며 “지자체와 교육청의 금고는 국민의 세금 등으로 조성된 공공 재원인 만큼 금고 지정에 있어서 환경적 건전성과 재무적 위험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탈석탄 금고지정은 특정 금융기관을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시대에 대응해 시장의 룰을 바꾸어 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하며 “특히 기후변화 리스크가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과도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만큼 탈석탄 금융 우대는 금융기관은 물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가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국장은 “작년 7월 환경부와 함께 수도권 미세먼지 퇴출 동맹을 체결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이 즉각 탈석탄 금고 추진 의지를 밝혀주길 촉구한다"며 “앞으로 지역 단체들과 함께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의 탈석탄 금고 지정을 적극 촉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탈석탄 금고 지정을 고려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국내외 석탄발전소 투자로 석탄금융 투자처가 이익을 얻는 동안 국민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고통을 받고 있다”며 “충남도는 국내 탈석탄 리더로서 석탄발전의 근원이자 뿌리인 석탄금융의 종식을 이끌어가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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