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대기질 개선 정책’ 국회 토론회 열려
퇴출·억제 보다 규제-기술 균형 잡는 정책 필요

‘바람직한 대기질 개선 정책’ 토론회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서창완 기자) 2019.6.18/그린포스트코리아
‘바람직한 대기질 개선 정책’ 토론회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서창완 기자) 2019.6.1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송부문 미세먼지 감축 대책이 장기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기차(EV)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FCEV) 쪽으로 관심이 집중된 정부 정책이 내연기관에도 고르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는 요지다. 무엇보다 2015년 ‘디젤게이트’를 겪은 뒤 추락한 신뢰를 되돌리려는 업계의 노력도 필요해 보였다.

토마스 코흐 독일 칼스루에 공대 교수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대기질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유럽과 독일 수송부문에서의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소개했다. 이날 토론회는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렸다.

미세먼지 저감 필터로 알려진 ‘디젤 배기가스 저감장치(DPF)’는 유로5부터 적용되고 있다. 유럽에서 2009년부터 적용된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기준으로 2013년부터는 유로6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디젤 차량에 달린 DPF는 매연을 포집해 필터로 처리하는 장치다. 코흐 교수 설명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필터 안에 매연이 가득 차게 되면 필터가 작동이 안 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기술개발로 이산화질소를 투입해 매연을 없애는 장치가 마련됐다. 이는 2015년까지 미세먼지 배출은 낮췄지만, 이산화질소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디젤 차량은 디젤게이트로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지난 2015년 9월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에서 배기가스가 기준치의 40배나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주행시험으로 판단될 때만 저감장치를 작동시켜 환경기준을 충족하도록 엔진 제어 장치를 프로그래밍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신뢰가 추락했다.

‘디젤게이트’ 이후 유로 6 규제기준이 적용되면서 질소산화물 처리가 가능한 기술이 개발됐다고 코흐 교수는 설명했다. 코흐 교수는 유로6 이후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뒤 질소산화물 처리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최대 자동차 연합조직인 ADAC 조사 결과 질소산화물 수치들이 측정 불필요할 정도로 낮게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코흐 독일 칼스루에 공대 교수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대기질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6.18/그린포스트코리아
토마스 코흐 독일 칼스루에 공대 교수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대기질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6.18/그린포스트코리아

코흐 교수는 “독일 정부나 입법기관에서는 순수 전기차만을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현재 기술로는 고가의 차량이 필요하다”며 “이 방향으로만 연구가 진행되면 부유한 사람들만 차량을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는 정부의 수송부문 환경정책이 미세먼지 감축에만 집중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내연차량이 정말 퇴출 대상인가부터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차로 알려진 전기·수소차도 발전원 공해 문제를 따져 보면 친환경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한호 서울대 교수가 2016년 연구한 자료를 보면 석탄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로 전기차가 운행을 가정하면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높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자동차 운행 과정에서 배출량만 따지기보다는 연료 생산과 발전 측면도 살펴봐야 하는 사례다.

배 교수는 “배터리 전기차의 지난 10년 동안 가격 하락과 성능 개선은 놀라운 정도지만, 현재로서는 가격이 내려가기 어렵다”면서 “리튬 전지 폭발 등 안전 문제와 중국의 리튬과 코발트 가격 상승처럼 자원 안보 문제도 있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문제를 다룰 때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과 규제의 조화를 이뤄야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일본이 규제와 기술로 도쿄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서울의 절반으로 줄인 것처럼 한국의 정책도 길게 보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디젤 게이트로 망쳐놓은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중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내연기관 차량이 기술 발전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량 감소 효과가 큰 만큼 퇴출과 억제 우선 정책보다는 규제와 기술의 균형을 잡는 신중한 정책을 펴야한다고 설명했다.

디젤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향후 낮아질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2025년 유로7 규제가 한국에 도입돼 기준에 맞추려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영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장은 배기 후처리장치가 2배 이상 복잡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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