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 속 뇌용량은 단 1%...척삭과 전기 감지기관 때문

고대 물고기 '실러캔스'는 네발로 걷는 척추동물 진화의 비밀을 품고 있다.(사진=영국 브리스톨대 제공)
고대 물고기 '실러캔스'는 네발로 걷는 척추동물 진화의 비밀을 품고 있다.(사진=영국 브리스톨대 제공)

고대 물고기의 모습과 유사해 '화석물고기'라 불리는 ‘실러캔스’의 뇌와 두개골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풀렸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실러캔스의 뇌 성장 속도가 두개골에 비해 느리다는 영국 연구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실러캔스의 뇌는 학계에서 오랜 수수께끼였다. 뇌 용량이 두개골의 1%를 차지할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영국 브리스톨대 고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팀에 따르면 실러캔스의 뇌 성장 과정은 인간이나 영장류의 뇌가 급격히 자라는 것과 분명히 대조된다. 이들은 “실러캔스의 뇌는 두개골 뒤편에 작은 끈 형태로 남아있다”면서 “두개골이 커지는 속도에 견줘 뇌가 매우 느리게 성장한 결과”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임신한 실러캔스를 해부하는 대신, 엑스선 스캐닝을 통해 3차원 모델을 만들어 태아의 발달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대부분 척추동물의 초기 발달과정에서 퇴화하는 기관인 '척삭'이 실러캔스의 두개골 아래에 자리해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휴고 두텔 영국 브리스톨대 고생물학자는 “뇌가 아주 작은 대신에 비대한 척삭이 척추와 뒤 두개골 아래에 자리 잡았다”면서 “척삭은 일부 물고기의 뇌 아래 작은 막대 형태로 퇴화하는데, 실러캔스에서는 뇌보다 50배 크기로 극적으로 팽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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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척추동물의 초기 발달과정에서 퇴화하는 기관인 '척삭'이 실러캔스의 두개골 아래에 자리해 있었다.(사진=브리스톨대 제공)

연구에 참여한 존 롱 영국 플린더스대 교수는 “척삭이 특별하게 발달하면서 두 개의 두개골이 연결된 독특한 구조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두개골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가로막으려 척삭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으면서 두개골이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고 전했다.

롱 교수는 이어 “실러캔스의 뇌가 작은 또 다른 이유는 두개골 속에 있는 뇌보다 훨씬 큰 ‘주둥이 기관’때문”이라며 “이는 실러캔스가 캄캄한 바다에서 먹이를 찾을 때 쓰는 전기 감지기관으로, 여기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밝혔다.

두텔 박사는 “이번 연구가 실러캔스의 두개골에 대한 미스테리를 밝히긴 했으나 아직까지도 실러캔스와 관련해 찾아낸 답보다 답을 기다리는 질문이 더 많다”며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릴 만큼 중생대 말 멸종한 물고기와 똑같이 생긴 이 종이 멸종하지 않도록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실러캔스는 남아프리카 동해안의 코모로 제도와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우타라에 서식한다. 이들은 낮에 심해 동굴에서 지내다 밤에 해저 절벽에서 먹이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개체 수 500마리 미만으로 추정되는 인도네시아 실러캔스를 멸종 위험이 가장 큰 ‘위급종’으로, 개체 수 1만마리 이하로 기록된 아프리카 실러캔스를 ‘취약종’으로 지정한 상태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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