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사장 “체르노빌과 차이 알만한 전문가 2명 언급한 글”
실제로 전문가들은 체르노빌-한빛 1호기 차이 전제하고 발언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1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1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된 글과 관련, 국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자신의 발언에 대한 해명만 있을 뿐 논란을 일으킨 행동에 대한 사과는 없어 여운을 남겼다.

정 사장은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체르노빌 운운하며 한빛 1호기 사태의 위험을 부풀린 환경단체 등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 발언을 두고 공공기관장으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과 함께 논란이 잇따르자 정 사장은 해당 글을 삭제했다.

이와 관련, 정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체르노빌 얘기를 대중 앞에서 한 소위 환경단체 전문가 두 분이 있는데, 원자력공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했다"면서 "업계에서 오래 활동해 체르노빌과 비교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아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언급한 '시민단체'는 체르노빌과 한빛 1호기의 상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만한 전문가 2명을 특정한 것으로, 그들에게 경고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정 사장은 "경고성 발언을 올린 다음 날부터 두 분이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면서 "일반 시민단체나 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 아니라 두 분을 상대로 일부러 의사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논란이 된 자신의 글에는 문제가 없음을 대신한 말이다.

이에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정 사장은 결국 고개를 숙였지만, 해당 글을 올린 뒤 체르노빌과의 오해가 줄어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애초 정 사장의 글은 두 전문가의 발언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남긴 글로 보인다.
 
그가 지적한 전문가들은 당시 체르노빌이 한빛 1호기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제한 뒤 발언했다. 

오히려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정 사장이 SNS에 글을 올린 날 "체르노빌이 될 뻔했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1일 서울 패스트바이브 시청점에서 열린 한빛 1호기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병섭(가운데) 원자력안전연구소장과 이정윤(왼쪽)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서창완 기자) 2019.5.21/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달 21일 서울 패스트바이브 시청점에서 열린 한빛 1호기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병섭(가운데) 원자력안전연구소장과 이정윤(왼쪽)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서창완 기자) 2019.5.21/그린포스트코리아

정 사장이 논란이 된 글에서 언급한 전문가들은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과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로 추정된다. 이들은 각각 원자력공학과와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또 두 사람은 지난달 21일 에너지전환포럼 주최로 마련된 한빛 1호기 긴급정지 사건 긴급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에서 한 소장은 "우리 원자로는 체르노빌과 다르다", "한빛은 경수로라 음의 온도 계수를 갖고 있어 온도가 올라가면 출력이 줄어들어 체르노빌처럼 폭주하지는 않는다" 등의 발언을 했다.

당시 한 소장은 체르노빌과의 단순 비교가 아닌 원자로의 폭발 개연성에 대해 설명했다. 다양한 원자로 안전장치들이 무너졌을 때 작은 실수로도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크게 문제 삼은 건 원자로 출력이 18% 이상으로 올라갔는데도 1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원자로를 정지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한 소장은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나온 정 사장 발언을 두고 “국영 기업체 사장이 사실 확인도 해보지 않고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의문스럽다”면서 “공기업 사장이라면 경영에 충실하고, 그런 말은 하고 싶더라도 밑에 사람을 시켰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한 소장과 함께 언급된 이 대표는 당시 체르노빌 관련 발언은 하지도 않았다. 이 대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관료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권한이 있는 행정 사무처 관료가 판단 능력이 없어 사후조치가 늦어졌다면서 후쿠시마의 원인을 규제 조직의 관료화라고 지적한 일본 간 나오토 전 총리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당시 체르노빌 얘기를 하지도 않은 나를 언급했다는 게 이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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