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밸리 산폐장' 취소처분 관련 유관기관 행정감사 중단 촉구

충남 서산 시민들과 지곡면 주민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서산 오토밸리산업폐기물매립장 행정감사 중단촉구집회’를 진행했다.(이재형 기자) 2019.6.13/그린포스트코리
충남 서산 시민들과 지곡면 주민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서산 오토밸리산업폐기물매립장 행정감사 중단촉구집회’를 진행했다.(이재형 기자) 2019.6.1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지역내 폐기물매립장 설치를 반대해온 충남 서산시 지곡면 주민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 모여 성토를 쏟아냈다.

주민들은 이날 ‘서산 오토밸리 산업폐기물매립장 행정감사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지곡면 주민 50여명이 이날 생업을 중단한 채 전세버스를 타고 상경한 이유는 폐기물매립장 설치 문제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서산 오토밸리 산업폐기물매립장은 오토밸리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132만여㎥ 규모의 시설이다. 서산EST가 시공을 맡았으며 지난 2017년 2월 인허가 이후 당초 올해 여름 완공될 예정이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작년 5월 산업폐기물매립장이 금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으로부터 행정취소 처분을 받으면서다. 서산EST가 지난 2017년 인허가 절차를 밟을 때 ‘산업폐기물 처리범위’와 ‘폐기물 비율’ 서류를 충남도와 환경청에 각각 다르게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행정취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서산EST는 폐기물 처리범위에 대해 충남도에는 ‘산업단지 내부’로 제한하는 조건부 신고를 해놓고, 환경청에는 ‘산업단지 인근’까지 구역을 넓혀 승인을 받았다. 

또 산폐장에서 수용하는 ‘지정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의 폐기물 비율을 당초 1대1에서 4.4대1로 수정했다. 지정폐기물은 폐유, 폐산, 폐알칼리, 중금속 등 환경과 인체에 피해가 심각한 유독물질을 말한다. 

서산 오토밸리에 완공될 예정이었던 산업폐기물매립장 조감도.(서산시 제공) 2019.6.13/그린포스트코리
서산 오토밸리에 완공될 예정이었던 산업폐기물매립장 조감도.(서산시 제공) 2019.6.13/그린포스트코리아

이날 집회를 주최한 서산환경파괴시설백지화연대측은 "서산EST가 애초에 전국의 폐기물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허가를 위해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충남도에 신고할 때는 오토밸리의 폐기물만 받는 걸로 하고 환경청 신고 때 실제 목적을 드러냈다는 주장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25조 7항은 산폐장의 영업구역을 제한할 수 없다. 사업자가 폐기물 수용지역을 ‘산업단지 인근’으로 모호하게 표현하면 실질적으로 전국에서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충북 음성군 금왕테크노밸리가 사업 간담회에서 밸리 내 폐기물만 받겠다는 약속과 달리 전국의 폐기물을 수용해 논란이 된 적 있다.

서산EST측은 취소처분에 반발하며 그해 5월 바로 서산시와 환경청을 상대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서산시청에 대한 행정심판은 지난해 각하됐고 환경청에 대한 행정소송은 이달 중순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행정소송을 끝으로 2년여 간의 공방전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올해 감사원이 개입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감사원이 서산EST에 사업 취소처분을 내린 서산시, 충남도, 환경청에 대한 행정감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에 서산환경파괴시설백지화연대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지난 5월 10일 서울 감사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서산 오토밸리 산업폐기물매립장에 관한 행정감사 중단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주민에게 돌아온 민원 처리 공문에는 "이번 행정감사가 감사원의 지자체 주요 정책사업 등 추진상황 특별 점검의 일부이며 감사 결과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답변 뿐이었다. 이에 주민들은 이날 다시 감사원을 찾아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우선 서산 오토밸리 폐기물매립장에 대한 행정감사의 중단을 요구했다. 사업자 귀책 사유로 유관기관이 내린 취소처분에 감사원이 제동을 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감사원이 무리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 심사규칙 제6조에 따라 소송 중인 사안은 심사청구를 각하할 수 있는데 행정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감사를 강행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감사원이 정당한 행정처분을 문제 삼는 것은 주민들의 환경권을 외면하고 기업 이윤에 편을 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폐기물관리법 25조 7항의 수정에 감사원이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감사원법 34조는 감사 결과 제도상 모순이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소속 장관, 해당 기관의 장에게 법령의 제정·개정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법적으로 폐기물매립업의 영업범위를 제한하도록 환경부 장관과 국회의원에게 개정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백윤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 운영위원은 “폐기물관리법 25조 7항의 규정을 손보지 않으면 인허가 때는 산업단지 폐기물만 처리하겠다고 약속하고 추후에 영업범위를 넓히는 악습이 이어질 것”이라며 “감사원이 현실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주어진 법적 권한을 발휘해 폐기물관리법이 합리적으로 개선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고 말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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