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보다 불평… 원자력계 ‘답정너’ 해법은 원전 건설
반성보다 불평… 원자력계 ‘답정너’ 해법은 원전 건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6.1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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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학회 12~13일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국내 에너지전환 정책 비판…"급진 탈원전 대신 원전 늘려야"
세계는 원전 축소·재생에너지 확대… 원전 수출은 위험한 도전

[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한국 원자력계가 ‘원자력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성토했다. 최근 문제가 된 한빛 1호기 열출력 제한치 초과 사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전날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수원·원안위 등 관계기관장들이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원자력계는 ‘반성’보다 ‘불평’을 쏟아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틀간 진행되는 컨퍼런스 첫날은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해 원자력 산업계가 방향을 잃고 무너지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세계는 재생에너지 늘리는데… 원자력계 “원전 건설이 답”

박군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12일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6.12/그린포스트코리아
박군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12일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6.12/그린포스트코리아

‘원자력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박군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미래 원자력산업 발전방향으로 지속적인 원전 건설을 꼽았다. 원전 운영과 건설 기반산업을 유지하면서 세계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박 교수는 국내 탈원전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원자력 산업을 붕괴하고, 원전 수출을 봉쇄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안보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측면에서도 옳지 않다고 했다. 프랑스가 탈원전 시기를 10년 늦추고 일본이 원자력 에너지 역할을 재조명 하는 등 외국에서도 원전 축소에 조심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원전 축소가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거라는 취지로 “젊은 아가씨들한테 내복 입으라고 하면 되겠냐는 방송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면서 “여기 젊은 아가씨들한테 내복 입으라고 하면 난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가 예로 든 프랑스와 일본은 국내 탈원전과 비교하기 힘들다. 프랑스가 원전 비중을 70%에서 50%로 감축하는 목표를 2025년에서 10년 늦췄지만, 한국은 2030년에도 원전 비중이 2017년 30.3%에서 2031년 23.9%로 소폭 감소할 뿐이다. 일본 역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닫았던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지만, 활화산인 아소 산 영향권에 있는 이카타원전 등이 포함되는 등 주민 반발도 심한 상황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100년 균형을 맞춰놓은 원자력 산업계를 정부 탈원전 정책이 흔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중소기업이 고통받고, 대학 원자력과가 붕괴 중인 데다 방사선 등 전환할 수 있는 흐름을 탈원전 정책이 막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탈원전 정책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며 원자력과 석탄을 합한 전력공급량 70%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 우려된다고 했다.

정 교수가 급진적이라고 비판한 국내 탈원전 정책에 따르면 원전 비중은 오히려 2022년까지 증가한다. 현재 짓고 있는 신한울 1·2호기가 수명을 다하는 2079년에야 원전 제로를 선언할 수 있다. 40년에서 60년으로 늘어난 설계수명대로만 운영해도 그 정도 기간이다.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폐쇄된 유일한 원전인 경주 월성 1호기는 안전성은 고사하고 폐쇄 전 10년 동안 연평균 1036억원의 적자를 냈다.

12일 코엑스 D홀에 마련된 한국수력원자력 부스. (서창완 기자) 2019.6.12/그린포스트코리아
12일 코엑스 D홀에 마련된 한국수력원자력 부스. (서창완 기자) 2019.6.1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수입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일이 될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고급 일자리가 감축될 거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원전 수출의 적극적 지원에 회의적 입장을 보일 거라는 비판적 입장도 보였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우려하기에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은 미약한 수준이다. 2017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율이 7.6%에 불과하다. 전체 에너지 중 94%를 수입해 쓰는 국가인 한국이 이미 늦어버린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야 에너지 안보를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지난 5일 ‘제1회 공공에너지 R&D 컨퍼런스’에서 "우리의 강점인 기술력으로 지금부터 에너지 전환에 힘쓰면 30년 이내 에너지 자주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2000년부터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시작해 2022년까지 원전 제로를 선언한 독일은 전력 수출국이다. 2018년 독일 순전력 수출량은 44.4TWh(수입 9.1, 수출 53.5)다.

◇원전 수출 힘들어… 재생에너지 주목하는 세계

원자력계가 강조하는 원전 수출에 근본적인 회의감을 보내는 시각도 많다. ‘2018년 세계 원전산업 동향’ 보고서 주 저자인 마이클 슈나이더는 지난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가장 큰 원전 기업이었던 프랑스 아레바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새 원전을 짓다가 줄지어 파산했다. 한전을 수출 시장으로 내모는 것은 아레바처럼 파산하게 두자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30년 넘게 원자력계에서 일해 온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역시 원전 수출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도 지위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건설 기간 10년이 걸리는 만큼 막대한 건설비용을 메꿀 전력판매단가를 보장 받기 힘들어서다. 실제 2010년 10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한 영국은 상대국 기업에 보장하려는 전력판매단가가 건설비용보다 현저히 낮아 투자자 협상만 수년째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주장도 환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빛 원전 사례를 들며 웨스팅하우스가 1986~87년 건설한 한빛 1, 2호기보다 10년여 뒤 건설한 한빛 3, 4호기 결함이 더 많다고 꼬집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빛 3호기는 ‘결함’으로 지난 2014년 원자로 헤드, 한빛 4호기는 지난해 증기발생기를 교체했다.

12일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컨퍼런스’에서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워자력산업의 영향과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6.12/그린포스트코리아
12일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컨퍼런스’에서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워자력산업의 영향과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6.12/그린포스트코리아

 

특히 한빛 4호기는 증기발생기 안에 망치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운전 20년 만인 2017년 알려지기도 했다. 첫 정기검사 당시 이물질을 발견한 한수원이 이를 쉬쉬한 것이다. 교체에만 3000억원이 투입됐다. 증기발생기는 두께 1㎜의 얇은 관(세관) 8400개로 구성돼 있어 내부 이물질과의 잦은 충돌로 구멍이 생기면 냉각수가 누출된다.

원자로 격납용기 공극, 녹슨 철판 등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원자력계가 안전은 외면한 채 산업 생태계 유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 교수는 정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안전하고 깨끗한 발전원'에 대해 "안전은 원안위가 맡을 일"이라고 일축했다.

세계적으로는 원전이 감소하고 재생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11월 기준 세계원자력협회(WNA) 통계와 2017년 8월 세계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71%인 25개국은 원전이 없거나, 원전 제로화 또는 원전 감축을 추진 중이다. 전세계 신규 발전설비 투자액 4470억달러 중 66.7%가 재생에너지 증가에 투자됐고, 원전은 3.8%였다.

재생에너지 분야 기술개발(R&D)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는 추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18’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재생에너지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이 5년 동안 크게 하락했다.

LCOE는 서로 다른 발전원의 경제성을 비교하고자 초기자본투자비, 자본비용, 연료비, 운전유지비, 탄소가격 등의 직접 비용과 할인율을 고려해 추정한 전력생산비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7년까지 태양광 발전의 LCOE는 약 65%, 육상풍력 15%, 해상풍력은 25% 하락했다. 태양광은 초기투자비 감소, 풍력은 성능 향상에 따른 이용률 개선이 주효했다.

이정윤 대표는 “원자력 산업계가 혁신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나 죽고 너 죽자’식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원자력 산업계 스스로 이전 방법을 고집하면서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일침했다.

seotive@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