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한전,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 개최
패널들 '누진구간 확대안' 지지…온라인 여론은 누진세 폐지
한전 적자 폭 확대‧에너지 과소비 조장 우려 목소리도 나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1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를 진행했다.(이재형 기자) 2019.6.11/그린포스트코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1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를 진행했다.(이재형 기자) 2019.6.11/그린포스트코리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전기요금 누진세 개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열린 관련 공청회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지난 3일 누진세 TF의 개편안 공개 이후에 나온 온라인 여론을 비롯해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들이 제시됐다.

공청회 패널로는 박종배 누진세 TF 위원장, 김진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송보경 이컨슈머 대표,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권기보 한국전력 영업본부장,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이 참석했다.

한전은 온라인 의견수렴게시판에서 10일 18시 기준으로 600여건의 의견을 받았다.(이재형 기자) 2019.6.11/그린포스트코리
한전은 온라인 의견수렴게시판에는 1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600여건의 의견이 올라왔다.(이재형 기자) 2019.6.11/그린포스트코리
앞서 누진제 TF는 소비자들의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완화와 요금 불확실성 제거에 중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해 3개 대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하계(매년 7‧8월)에만 별도로 누진구간 확대(누진구간 확대안) △하계에만 누진 3단계를 폐지(누진단계 축소안) △연중 단일 요금제로 변경하여 누진제를 폐지(누진제 폐지안) 등이다.

한전에 따르면 누진세 TF의 개편안 공개 이후 온라인 의견수렴 게시판에는 지난 10일 오후 6시 기준 600여건의 의견이 올라왔는데, '누진제 폐지안'이 대체로 지지를 얻었다.

온라인 여론은 '누진구간 확대안'에 대해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사람은 요금을 적게,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요금을 많게”, “적게 쓰는 가구나 저소득층도 할인효과 볼 수 있는 누진구간 확대가 정답” 등 사용량에 요금이 비례하는 취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지지를 나타낸 반면, 반대 의견으로 “소득분위 낮은 가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많이 쓰는 경우 따로 요금혜택을 줘야한다"는 맞춤형 복지 의견이 있었다.

'누진단계 축소안'을 두고서는 “하계만이라도 마음대로 에어컨 사용할 수 있어”, “해외사례를 참고해 누진배수를 2단계 2배 이하로 완화해야”, “3안보단 하계 전력사용으로 인한 부담 적어”, “하계에 3단계 이상 다소비 구간만 혜택이 확대돼 소수만 좋은 정책” 등의 의견이 나왔다. 

'누진제 폐지안'에 대해선 “누진세는 폐지하되 단일단가는 현행 1단계 요금인 93.3원 수준으로 유지해야”,  “가전제품 다양화, 대형화 등으로 갈수록 전기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야” 등 찬성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소수의견으로 “물 쓰듯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구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전기 사용량 증가로 대기오염 심화된다” 등 형평성과 환경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 패널들은 '누진구간 확대안'을 지지해 온라인 여론과 온도차를 보였다. 또한 토론의 초점 역시 전력요금의 정보공시와 사용자 선택권 보장에 더 기운 모습이었다.

송보경 이컨슈머 대표는 국내 소비자들이 대체로 전기요금에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므로 요금 인하폭은 적지만 과소비에 따른 불확실성은 줄인다며 '누진구간 확대안'을 지지했다. 

송 대표는 그러면서 “전기 요금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정확하게 알리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한전이 전기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한전의 요금정책을 따라야 하는 상황인데 앞으론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요금책정의 투명화와 소비자 선택권을 강조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도 증가한 전력 수요에 대응해 공급량은 늘지만 적자에 대한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며 '누진구간 확대안'을 지지했다.

박 공동대표는 “누진세가 1974년에 에너지절약 및 저소득층 보호의 취지로 도입됐지만 지금의 에너지 소비는 과소비 개념이 아닌 폭염으로 인한 필수소비 측면”이라면서 “여름철이라도 더 전력을 쓸 수 있게 풀면서도 과소비로 인해 한전 적자가 심화되진 않도록 누진제 골자는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종배 누진세 TF 위원장,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권기보 한국전력 영업본부장,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이 등 한전, 주무부처, 학계 패널들은 개편안에 대해 선호를 드러내진 않았다. 소비자와 환경단체 패널인 송보경 이컨슈머 대표와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의 의견에 대해 공감을 표하고 누진세 개편 취지와 전기 요금 정보 공개의 방향성에 대해서 부연하는데 그쳤다. 

박 위원장은 누진세 개편에 대해 “전력공급을 저소득층 보호, 에너지절약의 차원으로 접근했던 건 과거 누진세 개념”이라며 “지금은 전력정책에 기후변화, 소비자들의 냉방기기 접근성 등 전력 소비의 행태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에너지 절약도 소비자 부담보단 전력 생산 기술 개발, 전기기기 전력 효율 의무화 규제 등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패널 토론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전 소액주주, 에너지 연구원, 환경운동가 등 시민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 때 방청석에서 고성이 오가 공청회 진행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 중 '한전소액주주행동'이 누진제 개편 및 한전 적자를 비판하면서 잠시 진행이 마비되기도 했다.(이재형 기자) 2019.6.11/그린포스토코리
이날 공청회 중 '한전소액주주행동'이 누진제 개편 및 한전 적자를 비판하면서 잠시 진행이 마비되기도 했다.(이재형 기자) 2019.6.11/그린포스토코리

한전의 누진세 개편에 대해 날선 비판도 나왔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지나치게 인하하면 적자 폭이 더 커지고 주주들 이익 및 사회의 전력 공급 안정성을 크게 해친다”며 “법적으로 전기 요금에 반영되는 총괄원가가 전력 생산 원가보다 높아 한전은 적자가 날 수 없는 기업인데 이런 원칙이 깨졌다”고 비판했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위원은 누진세 개편안이 공정성과 효율성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누진세 완화에 쓰이는 예산으로 냉방 약자에게 에어컨 제공, 쉼터 제공을 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며 “상업용, 공업용 전력과의 형평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지 가정용 요금만 낮추는 개편안은 에너지 소비만 조장할 뿐”이라 꼬집었다. 

한편, 누진제 TF는 조만간 한전에 권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달 안에 한전 이사회 의결, 전기위원회 심의 및 산업부 인가 등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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