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 출간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유주연 지음·2019년 6월 5일·비타북스·232쪽)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유주연 지음·2019년 6월 5일·비타북스·232쪽)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병욱 기자] 1500마리 고양이들에게 '묘생 2막'을 만들어준 15년간의 생생한 구조기록이 책으로 출간됐다.

서울 용산에는 버려지고 아픈 고양이들에게 안락한 쉼터가 되어 준 아주 특별한 보호소가 있다. 지금도 15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이곳에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이사장 유주연)의 보호소다. “이곳에 온 고양이치고 사연 하나 없는 고양이가 없다”는 고양이 사진작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이용한 작가의 말처럼 나비야사랑해 보호소에는 버려지고, 상처 입고, 죽음의 위기를 간신히 넘긴 고양이들이 온다.

이 고양이들의 사연을 만날 수 있는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유주연 지음·2019년 6월 5일·비타북스·232쪽)은 나비야사랑해 유주연 이사장이 걸어온 15년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은 이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고양이의 매력에 이끌려 책 한 장 한 장 넘겨가다 보면 눈 앞에 펼쳐진 건 한 인물의 바보(?)같은 삶이다. 그런데 그 삶을 통해 영웅전과 위인전 그 이상의 감동이 가슴에 스며든다.

저자는 상처 입고 아픈 고양이를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동안 사비를 털어 동물 구조와 치료에 쓴 돈만 무려 13억원에 달한다. 이런 저자의 이야기는 tvN '리틀빅 히어로'에서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구조자’로 소개됐고, 동물구조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국민추천포상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 아플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무겁지만은 않은 이유는 절망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동물들의 모습 때문이다.

안락사 직전 구조된 고양이 ‘삼식이’는 눈 궤양과 각막 괴사, 대퇴골 골절로 255일 동안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 치료 과정을 묵묵히 지켜본 배우 이엘에게 입양되어 현재 ‘탱고’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

네 다리가 잘린 골든리트리버 ‘치치’는 병원 이송 후 심한 상처에도 꼬리를 흔들었다. 미국으로 입양된 뒤 의족을 끼고 뛰어다니면서 '테라피 도그'(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할 때 환자의 불안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도움을 주는 개)로 활동한 치치는 미국인들이 뽑은 '2018 올해의 영웅견'이 되기도 했다.

투견들의 공격성을 자극하기 위한 미끼 고양이였던 '심바'는 성난 투견들 앞에서 벌벌 떨며 긴 털을 휘날려야만 했다. 이 장모 고양이는 구조된 뒤 뮤지컬 감독 박칼린에게 입양돼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건강히 살고 있다.

코뼈가 녹아내린 채 발견된 ‘남산이’는 현재 인공뼈를 심고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얼굴로 태어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저자는 “기적은 그냥 기적처럼 오지 않아요. 다만 상처 입은 동물들이 겨우 내민 손을 잡아주었을 때, 절망은 기적으로 바뀌는 묘기를 부립니다”라고 말한다. 몸과 마음이 아픈 동물들이 내민 손을 우리가 용기 내어 잡아주는 그 순간이, 한 생명의 삶이 바뀌는 기적의 순간이 된다고.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일까? 서로에게 피해를 주거나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 고민에 답하기 위해 ‘길에서 문득 고양이와 마주쳤을 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길고양이 개체 수와 밥자리 관련 문제는 TNR(고양이 중성화 수술 후 방사 및 관리)과 급식소 설치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대처법과 상황별 가이드 역시 도움이 된다. 입양 혹은 임시보호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자격 요건과 신청서 양식, 그리고 20년을 함께 할 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꼼꼼히 수록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는 이 책은 수 많은 반려인과 예비 반려인에겐 감동의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wook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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