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현병’을 ‘김여사’로 바꾸니 이상하네 
[기자수첩] ‘조현병’을 ‘김여사’로 바꾸니 이상하네 
  • 김형수 기자
  • 승인 2019.06.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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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에 관한 인식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 (Pixabay 제공) 2019.6.7/그린포스트코리아
조현병 환자에 관한 인식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 (Pixabay 제공) 2019.6.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교통사고가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 승용차가 인도를 덮쳤다. 행인 2명은 손쓸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며칠 후 차를 몬 여성이 액셀레이터를 브레이크로 착각해 벌어진 사고라는 경찰이 발표했다. 

“‘김여사’ 운전 참사…도로 위 공포·불안 확산”이라고 기사 제목을 뽑을 수 있는 언론사가 있을까? 그랬다가는 당장 여성혐오를 하지 말라는 비판이 쏟아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 전체를 비하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빗발칠 것이다.

아니면 경찰이 운전자는 당뇨병을 앓던 중년 남성이고, 며칠 동안 식사를 제때 챙기지 못해 저혈당 쇼크가 일어나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발표했다고 가정해보자. “‘당뇨병’ 운전 참사…도로 위 공포·불안 확산”이라는 제목을 달면 더 부적절하게 보인다. 당뇨병 환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하는 표현인 데다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질병에 관한 내용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번엔 운전자가 조현병 환자라는 발표가 나온 경우다. 얼마 전 비슷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주요 포털에 “‘조현병’ 운전 참사…도로 위 공포·불안 확산” 따위의 비슷비슷한 제목이 달린 기사가 넘쳐났다. 어떤가. 무서운가. 당뇨병 환자와 달리 조현병 환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만큼 ‘이 사람은 조현병 환자’라는 민감 정보를 마구 공개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나. 

조현병 환자도 환자다. 조현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민감한 개인 정보가 동네방네 알려지는 인권침해를 당해도 괜찮은지는 한번 생각해 봐야한다. 심지어 일부 사례를 바탕으로 조현병 환자 전체를 ‘잠재적 문제 유발자’ 취급하는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마음의 감기’라는 우울증에 걸려도 혹시 누가 알까 쉬쉬하며 정신병원을 기어코 멀리했던 한국 사회가 가진 정신질병에 관한 빈곤한 인식이 공포란 모습으로 나타난 모양새다.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하는 원인을 몰랐던 선조들은 신이 내린 천벌이라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공포는 무지를 먹고 자라난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많이 일으킨다는 통념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016년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을 0.1%에 불과하다. 비정신장애인의 범죄율(1.4%)이 14배 넘게 높다. 또 비정신장애인의 강력범죄율은 0.3%에 달한다. 정신장애인의 강력범죄율 0.05%보다 6배가 높은 수치다. 

마이클 셔머는 ‘도덕의 궤적’에서 과학과 이성이 도덕 발전을 추동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과 이성이 마녀 때문에 재난이나 불행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무고한 여성들은 화형을 당하지 않게 됐고, 개인의 성적 지향이 유전자 혹은 태아시기 호르몬 발달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과학적 발견 이후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여겨지 않게 됐다는 주장이다.

2019년 한국 사회가 눈을 씻고 다시 바라봐야 할 대상 가운데 하나는 바로 조현병 환자들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했던 지난 2016년 발표한 성명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lias@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