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에너지전환포럼·에너지정의행동, 누진세 개편안 비판
폭염 취약 계층에 도움 안돼... 투명한 전기 요금 체제가 대안

누진세 테스크 포스에서 제시한 누진세 개편안 내용 및 세수 영향 예상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9.6.5/그린포스트코리아
누진세 테스크 포스에서 제시한 누진세 개편안 내용 및 세수 영향 예상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9.6.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녹색당과 에너지전환포럼, 에너지정의행동 등 환경단체들이 5일 민관 합동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공개한 누진세 개편안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로 에너지 과소비로 인한 환경파괴, 요금 책정 방식 공개에 관한 내용이었다.

누진제 TF는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철 전기요금 감축을 위한 3가지 대안이다.

1안은 ‘누진구간 확대안’으로 현행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하계동안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요금이 누진되는 구간이 200kWh/400kWh에서 300kWh/450kWh로 확장된다. 

2안은 ‘누진단계 축소안’으로 하계에 누진 3단계를 적용하지 않아 200kWh 이상 사용 시 얼마를 쓰든 1kWh 당 187.9원의 요금이 적용된다.

3안은 ‘누진제 폐지안’으로 연중 단일 요금제를 적용해 사용량과 무관하게 1kWh당 125.5원으로 고정된다. 200kWh 이하 사용 가구는 1kWh 당 93.3원에서 인상되지만 나머지 구간은 할인 효과를 받는다.

누진제 TF는 앞으로 토론회, 공청회, 온라인게시판 등 다양한 채널에서 의견을 수렴해 권고안을 한전에 제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은 △에너지 과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 △폭염 취약 계층에 대한 정책의  실효성 △‘많이 쓴 사람이 많이 부담한다’는 조세정의 위배 △합리적이고 투명한 요금제 선행 촉구 등 의견을 내고 개편안을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전기 요금 인하가 촉발할 초과 에너지 수요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현재 대체에너지 대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 요금을 인하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환경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금 인하로 전력 소비가 넘치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미봉책으로 원자력 발전과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그 결과 더 많은 핵폐기물, 더 많은 미세먼지를 초래할 것이란 주장이다. 

누진세 축소가 폭염 취약 계층에 대한 대책으로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했다. 냉방권 보장을 위해 전기요금 할인이 아니라 맞춤형 에너지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에너지빈곤층은 에어컨이 없는 가구가 많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누진세를 절감한다 한들 체감되는 효용이 없고 오히려 전기소비가 많은 중상위층 가구에 혜택을 제공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3안의 누진제 완화 정책을 따르면 0~200kWh를 사용하는 세대는 1kWh당 전기요금을 93.9원에서 125.5원으로 비싸지고 400kWh 초과 사용세대는 1kWh당 280.6원이던 전기요금을 125.5원으로 경감받게 된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라며 전기 다소비 가구만 좋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책의 방향이 누진세 자체보다 조세형평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여름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 불만이 높아진 이유를 전기요금 액수에서만 찾을게 아니라 누진제가 주택용에만 부과되는 과정의 불공정성을 따지고 상업‧산업용 요금에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상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의 전력소비와 양태가 비슷한데도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총 전력 소비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용은 낭비가 많아도 개선이 없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지난 4월 18일 감사원이 발표한 ‘전기요금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기업 간 전기요금 불평등을 꼬집었다. 녹색당은 “대규모 생산업장의 전기 사용으로 인한 전기 판매 손실을 중소규모 생산업장의 전기 사용 수익으로 보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논의 없이 누진세만 손보는 것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기후위기 계층의 인명 피해를 심화할 뿐"이라 주장했다.

현재 전기 소비가 양적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원료 95%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전기요금은 낮고 1인당 전기소비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제공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OECD 국가의 총 전기소비는 1인당 7359kWh였던 반면 한국은 10094kWh로 OECD 평균보다 37% 더 많았다.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합리적이고 투명한 전기 요금 체제가 더 나은 대안이라고 했다. 전기 수요와 공급 원가가 유동적인데도 불구하고 한전은 요금 책정 시 근거를 전혀 밝히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료비 변동이 요금에 반영되지 않아 적자와 흑자가 들쭉날쭉하는 상황에서 단지 정치권의 요구에 요금을 내리는 것은 공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은 “1안과 2안의 경우, 당장 전기요금이 늘어나는 세대는 없겠지만 이 비용은 공짜가 아니다. 다른 용도별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든, 한전의 적자로 누적되든 결국 감당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라고 경고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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