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몰입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엄 열려
"관계 스트레스가 자기 통제력 저하·과몰입 초래"

게임과몰입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됐다.(이재형 기자) 2019.6.3/그린포스트코리아
게임과몰입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됐다.(이재형 기자) 2019.6.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게임 과몰입 관련 전문 상담 및 치유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설립된 '게임과몰입힐링센터'의 연구 성과를 공유한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이날 현장의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과몰입 해소에 대해 실증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게임문화재단이 주최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의 과거와 미래: 게임과몰입의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는 국회의원, 관계부처 공무원, 교수, 지역 힐링센터의 실무자 등 각계 각층의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해 지난 성과와 앞으로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주제발표는 △게임과몰입이란 무엇인가? 몰입+몰입 ≠ 과몰입(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게임과몰입 힐링센터의 5년간의 성과(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임과몰입힐링센터의 역할과 방향성(도영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등이 있었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게임과몰입이란 무엇인가? 몰입+몰입 ≠ 과몰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이재형 기자) 2019.6.3/그린포스트코리아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가 ‘게임과몰입이란 무엇인가? 몰입+몰입 ≠ 과몰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이재형 기자) 2019.6.3/그린포스트코리아

김경일 아주대 교수는 이날 게임과몰입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과 게임 중독을 질병화할 경우의 문제점 등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몰입과 과몰입을 구분하며 두 심리적 상태의 차이를 이해하고 다르게 접근해야 게임과몰입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 사람의 자아가 내적동기에 의해 어떤 행위에 집중하는 정신상태를 몰입이라 하는데, 몰입은 행위 자체에 자아를 투영하고 노력을 누적하는 발전적 양태지만 과몰입은 다르다. 과몰입은 즉시적·즉각적 충동행위로 강박적 집착 현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몰입은 어떤 양태의 ‘원인’이지만 게임과몰입은 개인의 관계적 위기가 게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결과물’이지 원인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가정과 학교, 직장으로부터 받는 관계적 스트레스에 의해 자가통제력이 낮아진 상태가 게임과몰입이란 즉각적 충동행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 과몰입을 ‘게임 이용 장애’라는 질병으로 못 박는 것은 과몰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고 김 교수는 경고했다. 

김 교수는 “‘A가 물건을 훔쳤다’라는 동사형 표현은 청자로 하여금 ‘왜 그랬을까?’와 같은 원인으로 생각이 흐르게 하지만 ‘A는 절도범이다’ 식의 명사형 표현은 ‘절도범이니까 저러겠지’ 식으로 인과를 뒤집어서 생각하게 만든다”며 앞으로 ICD-11 개정안이 도입돼 ‘게임 이용 장애 질환자’ 표현이 퍼지면 과몰입에 선행하는 관계적 원인보단 결과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게임과몰입 힐링센터의 5년간의 성과’ 발표에서 2011년 게임 과몰입 센터가 개소한 이래로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공개했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게임과몰입 힐링센터의 5년간의 성과’ 발표에서 2011년 게임 과몰입 센터가 개소한 이래로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공개했다.

이날 한덕현 중앙대병원 교수는 ‘게임과몰입 힐링센터의 5년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 2011년 게임 과몰입 센터 개소이래 누적된 결과물이다. 

한 교수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게임과몰입자들은 심각한 관계적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힐링센터에서는 올해까지 1만7000건의 상담, 6000건의 진료가 이뤄졌는데 이중 88.5%가 '공존질환'을 앓고 있었다. 또한 상담자의 82.4%는 직업이 없고, 60% 이상이 가족과 학교로부터 불화 및 부적응 상태였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힐링센터는 현재 게임과몰입자들이 사회성을 회복하고 게임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다. 좀 더 접근하기 쉽도록 게임 포맷의 치유 매뉴얼을 만들고 게임 금단현상을 음악·체육 치유 매뉴얼로 대체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한 교수는 “게임과몰입은 단순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존질환, 사회성 등의 복합적 문제이므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무엇이든 과하면 치료의 대상이 되고 적절하면 약이 된다"면서 "게임은 치매질환자들에게 뇌기능을 발전시키는 도구 등의 방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많다. WHO에서 질병으로 등록됐다고 게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고 이런 심포지엄을 통해 나은 방향을 찾고 또 업계에 좋은 게임이 계속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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