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변호인' 영어판 홍보물(좌)과 한국어판 홍보물(우). (인터넷커뮤니티 캡처) 2019.6.2/그린포스트코리아
'세상을 바꾼 변호인' 영어판 홍보물(좌)과 한국어판 홍보물(우). (인터넷커뮤니티 캡처) 2019.6.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미국 연방법원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을 그린 영화 홍보물을 향한 비판이 제기됐다. 군사학교의 여성 입학 제한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임금차별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힘써온 인물을 구시대적 여성 정체성에 가둬놨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CGV아트하우스는 지난달 28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을 다룬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을 소개하는 홍보물을 SNS에 게재했다. 영어판 홍보물에 적힌 ‘놀라운(Marvelous)’이란 문구는 ‘꾸.안.꾸한 날(꾸민 듯 안 꾸민 듯 꾸민 날)’으로, ‘영웅적(Heroic)’이란 문구는 ‘러블리한 날’로 여성성을 강조했다고 읽힐 수 있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다른 홍보물에는 ‘독보적인 스타일’, ‘진정한 힙스터’, ‘핵인싸’, ‘데일리룩’ 등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과 거리가 있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홍보물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지난달 개봉한 ‘RBG(한국에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는 제목으로 개봉)‘ 홍보물이 빈축을 샀다. ’RBG’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일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일하는 여성으로서‘라는 글귀 때문이다. 영어판 홍보물에는 ‘히어로’, ‘아이콘’, ‘반대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CGV아트하우스는 지난달 29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해외 이미지를 활용해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리지널 콘텐체의 의미를 본의 아니게 훼손했다”며 “불편함을 드리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섹시하다’거나 ‘귀엽다’는 식으로 외모를 중심에 두고 여성을 표현하는 관성적 방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투’ 이후 세상이 달라졌다”며 “제작사와 배급사 등은 원점에서부터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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