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연구회, ‘원자력 안전 워크숍’ 열어
원자로 출력 18% 확인했다면 바로 정지해야
규제기관 원안위는 안전 대신 정무적 판단만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한빛 1호기 출력 제한치 초과 사태는 한국 원자력발전소 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원전 안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사고 발생 뒤 미흡했던 관계기관의 관리 능력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일상적인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데다 사태 수습을 위한 수동정지에 12시간이나 걸린 만큼 중대사고 때 아찔한 상황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원자력안전연구회는 30일 서울 패스트파이브 시청점에서 ‘원자력 안전 워크샵’을 열어 한빛 1호기 사태 핵심 쟁점과 개선사항 등을 짚어봤다.

◇면피 일관 한수원, 중대사고 나면 ‘아찔’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30일 서울 패스트파이브 시청점에서 열린 ‘원자력 안전 워크샵’에서 한빛 1호기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5.30/그린포스트코리아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30일 서울 패스트파이브 시청점에서 열린 ‘원자력 안전 워크샵’에서 한빛 1호기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5.30/그린포스트코리아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단 10초면 노심 출력을 확인해 수동정지할 수 있었던 사항을 10시간 이상 지체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제어봉 제어능 시험에 착수한 뒤 7시간 32분 뒤인 오전 10시 32분 보조급수펌프가 가동되지 않았다면 이번 사태가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날 선 비판도 했다.

한 박사는 “일련의 상황 중에서 보고해야 할 게 이것밖에 없다. 만약 보조급수 기동이 안 됐다면 자기들 주장으로는 열출력이 3.5%밖에 안 됐다고 하니 보고 안 해도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놓은 해명자료를 보면 원자로출력이 노외중성자속 계측기 기준 약 18%까지 증가해 열출력 5%를 초과한 것으로 보고 수동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해명은 지난 21일 내놓은 설명과는 결이 다르다.

당시 한수원은 “원자로출력이 18%까지 상승했지만, 10시 32분에 제어봉을 삽입해 10시 33분부터 출력이 1%이하로 감소했다”며 “11시 02분부터는 계속 0%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어봉 인출이 계속됐더라도 원자로출력 25%에서 원자로가 자동 정지되도록 설계돼 더 이상의 출력증가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고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한수원이 사고 축소와 회피에 급급했던 셈이다. 한수원은 언론 보도 등으로 사태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자 원자로출력 18%가 증가가 확인돼 수동정지했다고 설명했지만, '면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유일하게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수치인 원자로출력을 확인하고 수동정지했다면 12시간이나 걸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초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수동정지 관련 자료에도 “주전산기 열출력은 5%를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이라고 나와 있다.

30일 서울 패스트파이브 시청점에서 열린 ‘원자력 안전 워크샵’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서창완 기자) 2019.5.30/그린포스트코리아
30일 서울 패스트파이브 시청점에서 열린 ‘원자력 안전 워크샵’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서창완 기자) 2019.5.30/그린포스트코리아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사후 정상화를 위해 증기발생기 출력을 나중에 계산해 열출력 5%를 안 넘었다는 걸 입증한 것”이라며 “현장에서 원자로 출력 18%를 확인했으면 바로 원자로 정지 액션 지시하고 누르면 됐을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번 사태가 원전 중대사고시 아찔한 상황을 예상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5분 정도면 결정할 일을 12시간 헤맸다는 것이다. 애초에 유능한 운전원 하나만 있었다면 실수하지 않았을 일을 한수원, 원안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모여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수원과 원안위가 수동정지 여부로 옥신각신했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욕을 먹지 않을까 협의했다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정무적 판단 앞서는 원안위… 특사경은 ‘액션’

장군현 KINS 노조지부장은 ‘제어봉 무면허자 조종’은 중요하게 다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제어봉을 뗄 떼 1~2초 사이에 200~300% 가까이 출력 폭증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형식적으로 감시·감독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비판받을 일이라는 것이다.

장 지부장은 원안위 특별사법경찰관 투입에 대해서도 명확한 의미를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한 소장 역시 “특사경이 들어가도 사건의 진실이나 기술적인 문제는 알기 어려울 것”이라며 “왜 사태 발생 열흘 뒤에야 들어가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보여주기식 행정의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장군현 KINS 노조지부장이 30일 서울 패스트파이브 시청점에서 열린 ‘원자력 안전 워크샵’에서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5.30/그린포스트코리아
장군현 KINS 노조지부장이 30일 서울 패스트파이브 시청점에서 열린 ‘원자력 안전 워크샵’에서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5.30/그린포스트코리아

장 지부장은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안위가 규제기관이면서도 원전에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법적 책임을 사업자인 한수원만 지게 돼 있어 제대로 된 규제를 하지 못했을 때도 부담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원안위가 기술적인 문제를 판단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했다. 실제 한수원이 원안위에 수동정지가 필요하다고 보고한 것은 사고 발생 보고 10시간여 뒤인 오후 9시 12분, 원안위가 수동정지를 지시한 시간은 오후 9시 37분이었다. 원안위는 이마저도 원안위원장이 지시했는지, 원자력안전과 직원이 했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장 지부장은 원안위 사무처 공무원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원전이 정지됐을 때 국가 예산에 손해가 될 지 여부만 신경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전을 정지하면 하루 10~15억원 가량의 손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선 방안으로는 원전 규제 전문기관에 현장 일상 감시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 지부장은 “헌법 제37조 2항과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1항에 따르면 국민의 재산과 권리를 제한하려면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일상 감사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이로 인해 원전 현장에 원안위 사무처 공무원 주재가 위법해 지역사무소에서 일하는 주재관들은 많은 인력에도 법적으로 할 일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자로 주제어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장 지부장은 “사생활 침해로 법률상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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