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전문가들 "게임 중독, '질병' 아닌 '관리' 문제"
게임 전문가들 "게임 중독, '질병' 아닌 '관리' 문제"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9.05.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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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몰입의 원인으로 게임 자체보다 사회적 관계 강조
"게임 중독을 질병화하면 사회적 낙인, 악용 우려돼"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2019.5.28/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2019.5.2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WHO의 게임 중독에 대한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국내 게임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게임 중독은 '질병'이 아니며 중독자의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는 '관리'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는 28일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상혁 게임법과정책학회장,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전영순 건국대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 김성회 유튜브 채널 ‘G식 백과’ 크리에이터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게임이 질병이 아닌 이유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규정 될 시 우려되는 부작용 실질적인 게임 중독 해결을 위한 접근 방법 및 기존 대안의 의미 등을 언급했다.

이들은 우선 "WHO의 게임과 게임 중독에 대한 인식이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게임은 문화일 뿐이며 게임 과몰입은 게임 자체보단 중독자를 둘러싼 환경의 문제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강경석 본부장은 “과몰입이 있는 청소년은 보통 가정불화, 학교 대인관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 탈출구로 게임을 하게 된다”며 “질병치료보단 부모와 선생님들의 관심이 필요하고 상담교실 등의 대안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과몰입에 선행하는 관계적 배경을 강조했다.

또 게임 중독은 지속성이 떨어지고 쉽게 증상이 바뀌기 때문에 여타 정신 질병과 같이 볼 수 없다고도 했다. 강 본부장은 "한국컨텐츠진흥원이 2014년부터 올해까지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추적조사를 진행한 결과, 5년 내내 과몰입한 경우는 1.4%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게임 중독이 정신질환으로 인정되면 '사회적 낙인'이 될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다. 

강 본부장은 “이런 낙인은 우리나라처럼 닫힌사회에서 치명적인 기록이 될 것이다. 학부모 단체들은 ICD-11(게임 장애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를 환영하지만 자기 자녀가 그런 기록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게임 중독 진단 기록을 범죄자나 병역 기피자가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판에서 심신미약 판정을 받거나 징병 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피하는데 게임 과몰입 진단 기록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 참가자들은 게임 과몰입은 치료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게임 중독자가 문제 개선의 힘을 기르도록 상담 서비스 제공 등 해법을 제안했다. 

전영순 팀장은 “게임 과몰입은 공존질환이 많이 있다. 순수하게 게임만의 문제, 게임만의 증상이라 할 수 없다"면서 "개인이 겪는 ADHD, 우울증 등 다른 문제와 함께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중독자와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포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관리하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날 WHO의 ICD-11 개정안은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을 도외시한 결정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앞으로 유예기간 동안 국제 게임 단체들과 함께 WHO 보건의료분야 표준화 협력센터(FIC)에 꾸준히 이의를 제기해  내용을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 WHO의 ICD-11 개정안과 새로운 KCD(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 기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때 국무총리실과 같은 범정부 기구가 각계각층에서 공평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최승우 정책국장은 “협의처 구성을 복지부가 먼저 해놓고 게임업계가 들러리로 가는 것은 소용없다”면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복지부나 문체부가 아닌 국무조정실 등 범부처적인 주체가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