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하면서 갑을관계 형성·기술인력 감소
측정대행업체 수익구조 만들고 처벌은 강하게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산업체 미세먼지 배출조작,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서창완 기자) 2019.5.24/그린포스트코리아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산업체 미세먼지 배출조작,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서창완 기자) 2019.5.2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배출조작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강력한 규제를 마련하고,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간 준공영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토론 참가자들은 산업체 배출조작 문제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라는 점에서 구조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배출조작 업체에 벌금을 과하게 물리고 내부고발자에게 벌금의 상당수를 주자는 한 시민의 재미난 발상도 나왔다.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산업체 미세먼지 배출조작,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종호 한서대학교 교수는 현행 측정 대행제도의 문제점으로 △저가 입찰제 △기술인력확보 어려움 △낮은 신뢰도 △낮은 정확성 등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강병원·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가 주관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들이 저가에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해야 하게 된 이유로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제도를 폐지한 점을 들었다. 측정수수료 고시제도가 폐지되면서 측정대행업체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됐다. 배출업체와 대행업체간 갑을관계라는 말도 이런 구조에서 나왔다.

앞서 배출시설관리인 규제가 꾸준히 완화된 점은 기술인력확보가 어려워진 근본 원인이었다. 1993년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생긴 ‘겸직 허용’과 ‘대기환경기술인의 공동채용’ 등이 주요한 변화였다. 겸직이 가능해지면서 대부분 환경공학 전공자들이 대기, 수질, 소음 등에서 2~3개 자격증을 따 취업하게 됐다. 예를 들어 대기, 수질 분야에서 2명이 필요했다면 1명만 고용해도 배출시설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김 교수는 “1978년 꼼꼼하게 만들어져 있던 법이 지금은 많이 완화되면서 지금 4~5종 사업장은 기사 자격증이 없어도 일할 수 있게 됐다”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배우겠다는 지원자가 줄어들어 고급 인력 수급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장별 환경기술인 자격기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별표10.
사업장별 환경기술인 자격기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별표10.

김 교수는 자가측정 제도 개선 방법으로, 먼저 법령으로 시료채취 가능량을 제시하기보다는 측정인력 1조당 1일 업무량을 파악해 한도를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가능량을 제시하면 근무환경과 업무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07년 이후 자율화된 수수료 산정기준을 규정화하자는 제안, 전산시스템 구축 방안 등도 이어졌다. 시료 채취 분석결과를 현장에서 스마트폰 등으로 실시간 전산입력해 실험과정, 분석결과 등을 실시간으로 보고하자는 것이다. 이밖에 사업장과 대행업체 사이에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하는 준공영제 방식도 제안됐다.

유경선 광운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속적이고 엄중한 처벌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한편 처벌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게는 60만개 항목을 측정해야 하는 대행업체 입장에서는 적은 수익 때문에 배출조작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업체 미세먼지 배출 분야를 환경부에서 거의 단독으로 맡아왔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었다. 미세먼지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의 이슈로 떠오른 만큼 정부의 보다 큰 역할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문제인식이다.

황수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은 “그동안 산업부에는 사업장을 관리하는 권한이 없었다는 점이 의아하고 반성도 하게 된다”면서 “대기업들의 배출조작이 이 정도면 중소·중견기업들은 어떨까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산업체 미세먼지 배출조작,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 패널. 왼쪽부터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 박종일 경기도 환경안전관리과장, 황수성 산업부 산업정책관, 장영기 수원대 교수, 김법정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처장, 권민 서울시 대기정책과장, 지현영 지현영 환경재단미세먼지센터 국장. (서창완 기자) 2019.5.24/그린포스트코리아
‘산업체 미세먼지 배출조작,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 패널. 왼쪽부터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 박종일 경기도 환경안전관리과장, 황수성 산업부 산업정책관, 장영기 수원대 교수, 김법정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처장, 권민 서울시 대기정책과장, 지현영 지현영 환경재단미세먼지센터 국장. (서창완 기자) 2019.5.24/그린포스트코리아

김법정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처장은 “이번 여수산단 사태로 정부가 배출량 판단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면서 “배출시설 입장에서 위법으로 얻을 수익보다 불이익이 더 크다면 감히 불법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여수산단 배출량 조작 적발 업체들에 과태료 200만원 정도만 부과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적절한 배출량 조사를 위해 환경부가 준비하고 있는 분광계 방법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김 처장은 밝혔다. 이는 1~2㎞ 떨어진 곳에서 광선총을 쏴 농도 초과 여부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적발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중국이 최근 1만8000명 인력을 동원해 사업장 불법 여부를 집중 단속한 것처럼 이번 고농도 시즌에 우리도 막대한 감시 인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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