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다방] 서울환경영화제, 강력추천 영화들
[녹색다방] 서울환경영화제, 강력추천 영화들
  • 그린포스트코리아
  • 승인 2019.05.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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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 영화감독(책 '사랑할까, 먹을까' 저자)
 
황윤 영화감독
황윤 영화감독.

 

국내 크고 작은 영화제가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서도 '서울환경영화제'는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찾아가곤 한다. 중요한 환경 현안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작품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영화들이 대거 상영되는 이 멋진 페스티발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환경영화제가 올해 벌써 16회째 막을 올렸다. 5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극장에서 개최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24개국 59편의 다양한 영화가 상영된다. 필자가 미리 본 영화들 중 몇 편을 강력 추천한다.

개막작 <아쿠아렐라>는 초당 96프레임의 고속촬영으로 놀랍도록 정밀하게 물의 모습을 담은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의 작품이다. “‘기후변화’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고, 그 어떤 영화보다 기후변화의 결과를 호소력 있게 보여주는 영화”라고 맹수진 프로그래머가 소개하는 이 영화는 관객들을 물의 아름다움과 힘 속으로 깊숙이 인도한다.

아쿠아렐라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 작품 '아쿠아렐라'.
'삽질'
김병기 기자의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삽질'.

특별 상영작 <삽질>은 오마이뉴스의 김병기 기자가 지난 10년간 추적해 온 4대강 사업의 민낯을 보여주는 탐사보도 다큐멘터리다. 하천 정화작업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토를 대대적으로 파헤친 4대강 사업의 비리와 이 폭력적인 사업에 부역했던 학자, 언론인, 정치인들을 집요하게 추적함과 동시에 금강, 낙동강, 한강, 영산강의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한 사람들을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발로 뛰며 만든 저널리즘과 기자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

<우리는 왜 육식을 멈추고 채식을 사랑하게 되었나?(What the Health)>는 고기와 유제품을 먹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영화다. 노르웨이의 킵 안데르센, 키간 쿤 감독의 카메라는 육류와 유제품을 먹은 후 일어나는 우리 혈관 속 세포의 변화부터 어마어마한 환경오염과 인권침해를 일으키고 있는 공장식 축산과 이를 묵인하는 정부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누비며 관객들이 육식과 축산의 진실을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

이 감독들의 전작 <소에 관한 음모(Cow Conspiracy)>는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는 기업형 축산에 대해 정부는 물론 세계 굴지의 환경단체들이 침묵하는 이유를 파헤침으로써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트린 바 있다. 이번에 이 용감한 감독들은 육류산업과 건강에 얽힌 역학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우리는 왜 육식을 멈추고 채식을 사랑하게 되었나'.
킵 안데르센, 키간 쿤 감독의 '우리는 왜 육식을 멈추고 채식을 사랑하게 되었나'.

붉은 고기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담배와 동급인 2군 발암물질로 규정되고,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이 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규정되었는데도 왜 ‘미국 암 학회’ 같은 기관에서는 이 사실을 대중들에게 알리지 않고 오히려 육류를 권장식단에 포함하고 있는가? 우리가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배우고 ‘진리’라고 믿어온, 동물성 단백질과 우유를 강조하는 영양학은 과연 객관적으로 옳은 영양학일까? 이 신화는 누가 어떻게 만든 것일까?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놀라운 정보들로 가득하다.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 <알바트로스>, <블루> 3편의 영화는 최근 가장 뜨거운 환경문제인 플라스틱의 현실을 보여준다.

많은 기업들이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전을 약속하는데, 1초에 4000개의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전 세계에 팔아 치우는 코카콜라 그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기업들의 약속을 우리가 믿어도 될까? 기업은 ‘재활용을 열심히 해서 환경을 지키라’며 소비자의 실천을 강조하지만, 과연 재활용이 해결책일까? 프랑스의 저널리스트가 만든 다큐멘터리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부제 코카콜라의 감춰진 비밀)>은 코카콜라의 재활용 약속을 세밀하게 취재하고 그 허상을 폭로한다. 

'알바트로스'.
크리스 조던의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

 

세계적인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의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는 플라스틱의 도착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태평양 한복판 미드웨이 섬에서 살아가는 알바트로스 새의 배속이다. 아기 알바트로스는 엄마가 바다에서 물고기로 착각하고 낚아채 온 플라스틱 조각을 받아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영화는 이들이 처한 처참한 현실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알바트로스라는 새가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 새인지를 보여준다. 알바트로스는 육지에 발을 딛지 않고 3~5년을 태평양 바다에서 살아간다.

호주의 다큐멘터리 영화 <블루>에서도 똑같은 현실을 볼 수 있다. 캐나다 서부 해안의 슴새는 알에서 깬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바다를 건너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륙으로 이동하는 용감한 새들이다. 이들도 알바트로스처럼 플라스틱 쓰레기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슬레이터 쥬웰-켐커 감독의 '멈출수 없는 청년들'.
슬레이터 쥬웰-켐커 감독의 '멈출수 없는 청년들'.

 

<멈출 수 없는 청년들>은 기후위기에 맞서는 세계 청년들의 생생한 현장 속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각국의 이해 대립으로 해결은 멀기만 하다. 이에 분노한 청년들의 성난 목소리가 전 세계를 뜨겁게 뒤덮는다. 캐나다의 슬레이터 쥬웰-켐커 감독이 고작 15세의 나이에 카메라를 들기 시작하여 위기에 처한 행성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포장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장장 10년에 걸쳐 만든 이 작품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온 세계청년기후행동(Global Youth Climate Movement)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보여준다.

그밖에도 태양광을 연료로 비행에 도전하는 두 명의 스위스 파일럿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귀환 불능점>, 인간과 동물이 조우하며 경험하는 특별한 감각을 표현하는 <비커밍 애니멀>, 어린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언더독>, <동물심리상담소> 등의 애니메이션, 뉴아메리칸 시네마를 이끈 요나스 메카스 감독 추모전, <카모메 식당>으로 잘 알려진 오기가미 나오코 특별전 등이 상영된다. 벌써 매진된 영화들이 꽤 있다. 영감과 용기를 줄 영화들을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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