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사태 불안 커가는데… 원자력계 ‘자축파티’
한빛원전 사태 불안 커가는데… 원자력계 ‘자축파티’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5.22 15: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원자력연차대회선 “한국 원전이 세계서 가장 안전”
후쿠시마 수산물 안전하다는 원자력학회 ‘50주년 기념’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출력 제어 사고에 대해 원자력계의 현실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 21일 제주서 ‘2019 한국원자력연차대회’가 열렸다. 양일간 펼쳐지는 행사 이틀째인 22일에는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명현 한국원자력학회장 등이 참석해 ‘원자력 60주년’을 기념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체르노빌이 될 뻔했다’는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데도 원자력 업계가 자축 파티를 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로 34주년을 맞은 데다 ‘원자력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미루기 어려웠겠지만, 행사 내용을 살펴보면 원자력 업계의 현실 인식이 드러난다.

앞서 한빛 1호기는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쯤 측정시험 시작 1분 만에 원자로 열 출력이 제한치인 5%를 훨씬 넘어 18%까지 올라갔다.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벌어진 일로 전날 재가동 승인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생긴 일이다. 원칙상 원자로 열출력은 1시간에 최대 3%씩 올리게 돼 있는데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열이 발생했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중대 사안이다.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후쿠시마 수산물 안전하다는 ‘한국원자력학회’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의 전파 가능성을 사고 초기부터 잘 통제하고 있음에도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반원전 그룹과 일부 언론의 비과학적인 선전으로 많은 국민이 불필요한 방사능 공포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이날 하야노 류고 일본 도쿄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를 초청해 ”사고 후부터 학교 급식, 쌀, 수산물 등의 농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조사를 시행한 결과 현재는 매우 안전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원자력 전문가는 아니“라고 밝혔다.

강건욱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날 ”(방사능) 수치로 보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은 상관이 없다"면서 일부 환경단체가 오해를 확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원전사고 뒤 일본산 수입물 수입기준을 낮췄으나 일부 환경단체가 기준치 이하도 통과돼 섭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내의 일본산 수산물 기피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11일 세계무역기구(WTO)가 일본 수산물(후쿠시마 포함 인근 8개 현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 최종판결에서 내린 한국 정부의 승소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취지의 회견이라 비판받았다. 당시 WTO 상소에서 1심을 뒤집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라 일본은 당황했고 정부 대응은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이날 “WTO 승소 판정은 우리 정부의 먹을거리에 대한 방사능 오염 피해를 차단하고 줄이려는 조치를 국제기구도 인정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WTO 분쟁에서 승소한 후, 한국원자력학회가 후쿠시마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주장을 외치는 일본 교수를 초청해 기자회견을 여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야노 교수의 논문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하야노 교수 논문이 개인의 피폭량을 1/3으로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아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되는 인물이라는 주장이다.

전날 ‘후쿠시마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한국원자력학회는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 이은 22~24일 ‘학회 창립 50주년 기념식 및 춘계학술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하야노 류고 교수는 창립 50주년 기념식에도 초청돼 ‘후쿠시마 방사능 영향에 대한 사실과 미신’에 대해 강연한다.

◇역대 최초 ‘안전사고’ 터졌는데… 한국 원전 ‘가장’ 안전

같은 날 이보현 한국전력기술 원전O&M사업그룹장은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한국 원자력 발전소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당시 대다수 언론들이 한빛원전 1호기 출력 제어 사고에 대해 보고하면서 한수원과 원안위의 조치에 대해 질타하고 있던 때였다. 원자력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출력이 5%를 넘어 18%까지 폭증하거나, 특히 제어봉 특성 시험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경우가 여태 없었다고 설명했다.

초유의 안전사고가 벌어진 한편에서 이 그룹장은 국내 가동원전 안전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설비개선을 수행하는 등의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내 가동 원전이 사고 및 설계기준 초과인 극한재해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안일한 상황인식은 이번 한빛원전 사태에 대한 한수원의 해명과 맥을 같이 한다. 한수원은 해명 자료에서 “한빛 1호기는 지난 10일 10시30분 제어봉 인출을 시작해 원자로 출력이 18%까지 상승했으나, 10시32분에 제어봉을 삽입해 출력은 10시33분부터 1% 이하로 감소했다”면서 “11시2분부터는 계속 0%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어봉 인출이 계속됐어도 원자로 출력 25%에서 자동 정지하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21일 ‘한빛 1호기 긴급정지 사건, 핵심문제점과 의문점’ 기자회견에서 '한빛원전 사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5.21/그린포스트코리아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21일 ‘한빛 1호기 긴급정지 사건, 핵심문제점과 의문점’ 기자회견에서 '한빛원전 사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5.21/그린포스트코리아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에 따르면 제어봉을 뽑은 뒤 3초 정도 지연된 다음에 출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25%인 상황에서 자동정지되더라도 출력이 더 올라갔다가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체르노빌 사고는 0.5초 사이에 출력이 몇천 프로나 뛰었다.

한 소장은 이날 “설계상으로는 제어봉을 다 뽑아도 400% 이상은 출력이 안 올라간다고 해놨지만, 운전원 고의든 테러든 실수로 다른 안전 계통이 미흡한 경우든 다양한 복합사고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며 “원전은 언제든지 폭탄으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원자력 안전 전문가는 “핵반응로 출력이 5%를 넘은 건 잠시이고 곧 미약한 수준까지 내려가 완전 정지나 다름없다는 주장은 뇌사자를 사망으로 보고 치료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수원에 명확한 가동중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12시간 가까이 끈 것도 비판 대상이 됐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전문성을 갖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정지 권한이 없다. 정지 권안은 상위 기관인 원안위에 있다”며 “판단 능력이 없는 행정 관료가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게 우리나라 안전시스템의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 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안전은 안저할 때 지켜야 안전이지, 그렇지 않을 때 지키면 사후조치”라면서 “제도나 시스템을 다시 정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seotive@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