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행사 채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결정
'탈원전 반대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 아니냐' 뒷말 나오며 구설수
주최측 관계자 "사람을 모집하는 이슈 있어 하반기로 연기" 해명

서울 종로에 있는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사무실. (서창완 기자) 2019.5.17/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종로에 있는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사무실. (서창완 기자) 2019.5.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여야와 좌우를 떠나 미세먼지 문제를 논의해 보자는 의미로 열릴 예정이던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주최 ‘미세먼지 국가정책포럼 9회 연속 세미나’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는 오는 23일부터 7월 17일까지 9차례에 걸쳐 ‘미세먼지 국가정책포럼’ 세미나를 개최하려 했다.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 계획이던 이 세미나의 참가비는 77만원이다.

하지만 행사를 주최하는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관계자는 17일 "사람을 모집하는 이슈들이 있어 하반기로 연기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 단체 또 다른 관계자는 기자에게 일정표와 언론 광고 등을 보여주며 행사 진행에 차질이 없음을 알렸지만 불과 하루 만에 변경된 것이다.

최근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 등으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진 가운데 두달 가까운 일정으로 계획된 세미나가 시작을 채 일주일도 안 남긴 상황에서 돌연 연기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주최측 관계자의 설명과 달리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그간 보인 행보때문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는 그동안 ‘탈원전 반대’ 기조를 전면에 내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이병령 이사장은 행사 연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른 사람에게 문의해 달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에 따르면 세미나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박천규 환경부 차관,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 박기영 순천대 교수, 이병령 한반도평화에너지 이사장 등 7명이 연사로 나설 예정이었다. 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궈홍 중국대사의 행사 참석 여부를 놓고 협의 중이었다.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세미나 연기 확정 전날인 16일 전해준 행사 홍보 팸플릿. (서창완 기자) 2019.5.16/그린포스트코리아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세미나 연기 확정 전날인 16일 전해준 행사 홍보 팸플릿. (서창완 기자) 2019.5.16/그린포스트코리아

◇여야·좌우 없다면서 ‘탈원전’ 입장 연사 수 적어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세미나는 개최 사실이 알려지자 구설에 올랐다. 주최측인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는 설립 취지문에서 “국가재난인 미세먼지의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여야와 좌우를 떠나 전문가들의 지혜, 정치인들의 애국심, 과학기술자들의 조사연구, 기업인의 창조성,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연속 세미나에 참석이 확정됐던 연사들의 명단을 보면 이 같은 설립 취지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과 박천규 환경부 차관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탈원전 반대’ 입장을 표명하거나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인물들이다.

실제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월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범국가기구에서 탈(脫)원전 문제도 다루느냐’는 질문에 “탈원전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인데 국내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 문제를 여기서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모든 에너지 중 원자력이 가장 깨끗한 에너지라는 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꾸준히 비판해 온 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및 북핵외교안보특위 연석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좌파도 아니고 독재도 아니라고 했는데 왜 좌파라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나”라며 “그들이 말하는 정책은 모두 좌파적이다. 소득주도성장이 가장 좌파적이고, 탈원전 정책, 스튜어드십 코드도 모두 좌파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병령 이사장은 최근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개최한 미세먼지 체험행사 ‘미세먼지 속의 다이닝’에서 “사실 미세먼지의 원인은 딱 두가지로 하나는 중국, 하나는 석유 태우는 것”이라며 “원자력 발전소에는 미세먼지가 하나도 안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이 (미세먼지를) 진짜 없애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없앨 수 있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양광도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은 발전 방식이라고 발언 중간 짧게 언급했다.

카이스트 원자력공학 박사인 이 이사장은 한국형경수로 개발의 주역이다. 그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대북한 원전지원팀장,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형경수로 개발책임자,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전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한국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 중 하나다. 발전소 플랜트 수출을 자문하는 1인 회사인 뉴엔파우어 대표도 맡고 있다.

박기영 교수와 홍윤철 교수가 원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박 교수는 최근 한 매체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광범위한 도시녹지를 조성하고 석탄발전소를 감축해야 한다. 범부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력발전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지만, 석탄을 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소가 줄지 않고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주요원인 중 하나다. 디젤 자동차 규제와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홈페이지 곳곳에는 '탈원전 반대' 메시지가 써져 있다.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홈페이지 캡처)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홈페이지 곳곳에는 '탈원전 반대' 메시지가 써져 있다.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홈페이지 캡처)

◇홈페이지 가보니… ‘탈원전 반대’ 메시지 곳곳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의 성격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적극 홍보하는 단체로 보여서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서 원자력을 ‘국민 먹거리 에너지’로 소개하는 등 다양한 친원전 및 탈원전 반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 ‘유럽의 실시간 공해도 확인하기’ 코너에서 "탈원전을 주도한 독일의 공기질이 프랑스보다 좋지 않다"면서 “정확한 팩트만이 올바른 판단의 지름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상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셈이다.

이밖에 ‘탈원전정책, 정말 옳은 것인가?’, ‘대한민국 원전을 살리기 위한 탈원전 반대 서명에 동참해 달라’ 등 메시지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홈페이지에선 '청와대의 ‘원안위원’ 비토 내막?'이라는 고성국TV 유튜브 동영상도 볼 수 있다. 해당 영상에서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이병령 이사장을 ‘한국형 원자로의 아버지’ ‘원자력의 대부’로 소개한 뒤 이 이사장을 원안위 비상임위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정부를 비판한다. 한국당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비상임위원 후보로 이병령 이사장을 추천했지만 원안위가 결격사유가 있단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원자력발전을 홍보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에서 여는 세미나에 정부 고위관료와 유명 환경운동가가 연사로 참석을 확정하거나 참석 여부를 고민한 이유는 뭘까.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지난 16일 제공한 세미나 참여 연사 목록. (서창완 기자) 2019.5.17/그린포스트코리아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지난 16일 제공한 세미나 참여 연사 목록. (서창완 기자) 2019.5.17/그린포스트코리아

오는 26일 세미나 강연이 예정돼 있었던 박천규 차관 측은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아직 넘겨받은 다음 달 일정이 없다”면서 “다음 달 일정은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해당 행사가 계획돼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 측 역시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만 답했다.

일정이 확정된 최열 이사장은 세미나를 후원하는 언론사의 논설위원으로부터 특강을 부탁받았다면서도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최 이사장은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도 “미세먼지에 대한 강연을 부탁을 받았고, 그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니까 강연 요청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라는 단체가 원전을 더 짓자고 주장하는 단체라는 설명에 최 이사장은 “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비중이 30%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더 늘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정이 확정된 연사들의 명단을 확인한 뒤엔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면서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박할 내용을 다 갖고 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원전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 조목조목 반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seotive@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