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인력 빼가기 문제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본 게임’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제대로 난타전을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이 5800억원을 투자해 중국에 두 번째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즉각 LG화학은 전기차기업으로 변신중인 볼보자동차그룹에 장기간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맞불’을 놓았다. SK이노베이션은 최태원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신성장사업이라는 점에서 ‘진격앞으로’라면, LG화학은 글로벌 상위 13개 브랜드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선도기업이라는 점에서 ‘장기 독주체제’를 굳힌다는 각오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주도권 쟁탈 위해 공격 투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중국에 새로운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기 위한 출자를 결의했다. 총투자규모는 약 5800억원. 신규공장의 소재지와 생산규모 등 세부적인 계획은 미정이며 투자를 위한 현지법인 설립도 앞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공장이 세워지면 미국 중국 헝가리 등 3개국에 생산기지를 건설중인 SK이노베이션은 누적 해외투자금액이 5조원에 달하게 된다.

회사측은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적기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앞으로도 생산공장 신설과 확장을 통해 2022년까지 6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게 SK이노베이션의 복안이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SK이노베이션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환경적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는 사업”이라며 배터리를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현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연구원들[사진제공=LG화학]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연구원들[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볼보에 우리 배터리 탑재”

LG화학은 전기차기업으로 변신중인 볼보자동차그룹과 리튬이온 배터리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이에따라 폴스타(볼보자동차그룹이 2017년 런칭한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등 볼보의 차세대 전기차에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로써 LG화학은 글로벌 상위 20개 자동차 브랜드 중 13개 브랜드에 자사의 배터리를 얹게 된다. 

LG화학은 “볼보와의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30여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시장 선도기업으로서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순수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기업으로 변신중인 볼보는 올해부터 신차는 전기차만 출시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0년간 자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20만대에 달하며, 현재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110조원이라고 LG화학은 밝혔다.

◇샅바싸움인가? LG화학, SK이노베이션 상대 ‘영업비밀 침해’ 제소

LG화학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했다. 제소의 내용은 SK이노베이션이 2차 전지와 관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으므로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내 수입을 전면금지해달라는 것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의 소재지인 델라웨어지방법원에는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핵심인력을 지속적으로 ‘뻬냈고’ 이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계속 유출됐다는 주장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등 분야에서 핵심인력 76명과 기술을 빼갔으며, 이에 두 차례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인력빼가기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자사의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인력을 빼간게 아니라 LG화학의 처우가 낮고 경직된 기업문화가 LG화학 인력들이 이직한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공방전을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쪽과 수성하려는 쪽의 팽팽한 샅바싸움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으로부터 배터리 공급권을 따내자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추격자의 기를 꺾겠다는 LG화학의 전투의지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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