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년 전 모습 그대로… 멸종위기 희귀어류 ‘실러캔스’
4억년 전 모습 그대로… 멸종위기 희귀어류 ‘실러캔스’
  • 홍민영 기자
  • 승인 2019.05.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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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러캔스. (영국 브리스톨대 제공) 2019.05.16/그린포스트코리아
실러캔스. (영국 브리스톨대 제공) 2019.05.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1938년 남아프리카 이스트런던 칼룸나강 앞바다에서 작업을 하던 한 선원이 이상한 물고기를 발견했다. 1m가 넘는 거대한 물고기는 시퍼런 비늘과 여러 개의 지느러미, 독특한 생김새를 갖고 있었다. 

아무도 이 물고기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당황한 선원들은 이스트런던 박물관 관장인 마저리 래티머에게 확인을 의뢰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모르겠다”였다. 

범상치 않은 예감에 래티머 관장은 물고기의 스케치를 어류학자인 제임스 스미스에게 보냈다. 스미스는 부리나케 이스트런던으로 달려왔다. 그들이 발견한 물고기는 수천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실러캔스(Coelacanth)'였다.

지구상 동식물 중에는 처음 출현했을 당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개체들이 있다. 이들을 통칭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한다. 투구게, 은행나무, 상어, 악어 등이 대표적이다. ‘살아있는 화석’들은 수천만년 또는 수억만년 전 고생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어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수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거대 물고기 실러캔스 역시 마찬가지다. 

실러캔스는 척삭동물문 육기어강 실러캔스목에 속하는 물고기다. '공극어류(空棘魚類)'라고도 한다. 실러캔스라는 생물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839년 스위스의 고생물학자 아가시(Agassiz)에 의해서다. 아가시는 자신이 발견한 고생대 페름기의 물고기 화석에 ‘뼈 속이 비어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실러캔투스(Coelacanthu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이름이 현대 라틴어로 실러캔스가 됐다. 

실러캔스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약 3억9000만년 전 고생대 데본기로 추정된다. 이 때부터 약 66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사이에 번성했다. 그 이후 지층에서는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 1938년 이스트런던에서 다시 잡힐 때까지 실러캔스는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실러캔스의 출현은 생물학계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일이었다. 충격과 흥분에 빠진 제임스 스미스는 또 다른 실러캔스를 잡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스미스는 두 번째 실러캔스를 만나기 위해 14년을 기다려야 했다. 이후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그물에 잡힌 실러캔스가 몇 번 더 발견됐다. 

1997년 인도네시아에서도 실러캔스가 잡혔다. 이 실러캔스는 아프리카에서 잡힌 것과 약간 다른 종류였다. 

이로써 지구상에 생존하는 실러캔스는 아프리카 실러캔스와 인도네시아 실러캔스 두 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에게는 라티메리아(Latimeria)라는 속명과 칼룸내(chalumnae), 메나도엔시스(menadoensis)라는 종명이 각각 부여됐다. 이는 이스트런던의 래티머와 처음 잡힌 칼룸나강, 인도네시아의 마나도를 기록한 것이다. 

실러캔스는 최대 2m까지 자라며 체중은 90kg에 달한다. 식성은 육식성이며 수명은 100여년에 이른다. 체격에 비해 적게 먹고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조용한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다. 학자들은 이런 특성 덕분에 수억년간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으로 예측한다. 

실러캔스의 가장 큰 특징은 어류에서 육상동물로 진화하는 과도기의 형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실러캔스는 총 8개의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인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것이 아닌 이들을 번갈아 내뻗으며 헤엄을 친다. 이 모습은 사지 달린 육상동물이 걷는 것과 비슷하다. 

2012년 일본 도쿄공업대와 국립유전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실러캔스가 어류와 포유류 양쪽의 유전자를 모두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실러캔스의 게놈(유전체) 수는 27억개로 평균적인 어류의 3배에 달한다. 학자들은 실러캔스를 통해 고대 어류가 육상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살아있는 실러캔스의 개체 수는 극히 적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인도네시아 실러캔스는 500마리 미만, 아프리카 실러캔스는 1만마리 미만으로 추정한다. 인도네시아 실러캔스는 절멸위급종(CR‧야생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 아프리카 실러캔스는 취약종(VU‧야생에서 멸종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음)으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3빌딩과 부경대학교에서 박제된 실러캔스를 볼 수 있다. 

hmy10@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