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굴·당처물동굴·용천동굴 등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정상에서 본 모습.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2019.05.13/그린포스트코리아
거문오름 정상에서 본 모습.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2019.05.1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제주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오름'이다. 오름이란 큰 화산이 폭발할 때 만들어진 작은 기생화산을 말하는 제주 방언이다. 제주도 전역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다.

제주시 선흘리에 위치한 거문오름은 가장 유명한 오름 중 하나다. 해발 456m, 둘레 4551m이며 동북쪽 산사면이 터진 말발굽 모양을 하고 있다. 거문오름이라는 이름은 흙색이 유난히 검어서 붙여졌다.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도 있다. 실제로 예로부터 제주도민들은 거문오름을 영산이라 하며 신성시했다. 

거문오름이 유명한 이유는 지질학적‧생물학적‧역사학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거문오름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라 불리는 제주 용암동굴들의 모체다.

용암동굴계는 거문오름으로부터 분출된 용암이 북동쪽으로 흐르며 형성됐다. 이는 제주에서 가장 긴 용암협곡으로 용암함몰구, 수직동굴, 화산탄 등 용암동굴의 뚜렷한 특성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다.

유명한 만장굴, 김녕굴을 비롯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 등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귀중한 동굴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동굴의 규모, 동굴 생성물 등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오름 전체에 난‧온대 산림이 조성돼 있고 조류 등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해 생물학적 가치도 높다. 특히 고사리 등 양치식물들이 독특한 군상을 형성하고 있다. 

거문오름 탐방로 지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2019.05.13/그린포스트코리아
거문오름 탐방로 지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2019.05.13/그린포스트코리아

옛날 제주도민들은 거문오름 일대에서 목장을 경영하거나 화전을 일궜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군이 갱도를 건설해 군사기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갱도는 제주4‧3사건 당시 주민들의 도피처로 사용됐다. 제주의 꿈틀거리는 생명력과 가슴 아픈 역사를 함께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2005년 천연기념물 제444호로,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각각 등재됐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동굴은 만장굴, 김녕굴, 벵뒤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이 있다. 여기에 2018년 웃산전굴, 북오름굴, 대림굴이 추가됐다. 이들 대부분은 보호를 위해 현재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만장굴 석주. (문화재청 홈페이지 제공) 2019.05.13/그린포스트코리아
만장굴 석주. (문화재청 홈페이지 제공) 2019.05.13/그린포스트코리아

◇만장굴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만장굴은 용암동굴로 천연기념물 제98호다. 제주도민들은 ‘아주 깊다’는 뜻의 ‘만쟁이거머리굴’이라고 불렀다. 약 10만~3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이 8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주장해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구간은 7400m, 통로 최대 폭 18m, 높이 23m으로 세계적으로도 대단히 큰 규모의 용암동굴이다. 본래 인근의 김녕굴, 밭굴, 개우젯굴 등과 연결돼 있었으나 천장이 무너지면서 분리됐다. 

만장굴의 입구는 총 3개이며 현재 제2입구를 통한 1000m 구간만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용암종유, 용암석순, 용암유석 등 다양한 용암동굴 생성물이 발달돼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용암석주도 볼 수 있다. 

만장굴은 제주관박쥐, 긴가락박쥐 등 다양한 종의 박쥐들이 수 천 마리씩 모여 겨울잠을 자는 국내 최대의 박쥐 서식지다.

2017년에는 멸종위기종인 붉은박쥐가 발견돼 만장굴의 생태적 가치는 더욱 커졌다. 

당처물동굴 내부.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2019.05.13/그린포스트코리아
당처물동굴 내부.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2019.05.13/그린포스트코리아

◇당처물동굴

천연기념물 제384호인 당처물동굴은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위치하고 있다. 1994년 도민이 밭농사를 위해 땅고르기를 하던 과정에서 발견됐는데, 그 전까지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어 내부 모습이 매우 잘 보존돼 있다.

길이는 약 360m이다. 용암동굴이지만 동굴 위에 쌓인 조개껍질의 석회성분이 내부에 녹아들면서 석회동굴의 특징도 함께 갖고 있다.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산호 등이 매우 다채롭게 발달해 있는데 일반적인 석회동굴과도 다른 아주 기이한 형태다. 이런 특이한 생성물은 당처물동굴의 지질학적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현재는 내부 보존을 위해 폐쇄돼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

용천동굴. (문화재청 홈페이지 제공) 2019.05.13/그린포스트코리아
용천동굴. (문화재청 홈페이지 제공) 2019.05.13/그린포스트코리아

◇용천동굴

용천동굴은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있다. 2005년 전신주 교체 작업 도중 발견됐으며 천연기념물 제466호로 지정됐다.

처음 발견 당시 측정된 길이는 2470m였으나 추가 구간이 계속 덧붙여지면서 3400m까지 늘어났다. 최대 폭은 14m, 최대 높이는 20m에 이르는 대형 동굴이다.

용암두루마리, 용암선반, 용암석순, 용암폭포 등 전형적인 용암동굴 생성물과 동굴산호 등 석회동굴 생성물도 함께 가지고 있다. 수려한 경관과 희소성으로 세계 동굴학자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암동굴”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용천동굴의 가장 큰 매력은 동굴 끝에 있는 길이 800m의 호수다. ‘천년의 호수’라 불리는 이 호수는 10m 깊은 곳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고 바다와 통해 있다. 수중 탐사 도중 눈이 퇴화된 희귀어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동굴 곳곳에서는 토기류, 멧돼지 뼈, 철기 등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이 발견됐다. 동굴 벽에는 화천(火川)이라는 글씨도 남아 있다. 이 시대 귀족층 인물이 동굴에 들어와 제사를 지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처물동굴과 마찬가지로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돼 있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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