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가로수’ 은행나무, 알고 보면 멸종위기종
‘흔한 가로수’ 은행나무, 알고 보면 멸종위기종
  • 홍민영 기자
  • 승인 2019.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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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제공) 2019.05.10/그린포스트코리아
(Pixabay 제공) 2019.05.1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가을이면 거리의 은행나무들이 묵직한 나뭇가지를 늘어뜨린 모습을 자주 봤을 것이다. 도로변을 물들이는 은행잎 폭풍에 저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은 경험도 있을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악취 때문에 골머리를 썩기도 한다. 은행나무들이 우수수 떨어트리는 악취 나는 열매는 사실 열매가 아닌 종자, 즉 씨앗이다. 

은행나무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또 있다. 바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멸종위기종의 ‘귀하신 몸’이라는 사실이다. 

(Pixabay 제공) 2019.05.10/그린포스트코리아
(Pixabay 제공) 2019.05.10/그린포스트코리아

◇세상의 은행나무는 모두 같은 종 

은행나무는 생물분류학적으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생물분류학은 모든 생물을 큰 순서대로 계-문-강-목-과-속-종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동물계-척삭동물문-포유강-영장목-사람과-사람속-사람종이다.

동물계에는 말 그대로 모든 동물이, 척삭동물문에는 동물 중에서도 척삭이 생성되는 동물들이 포함된다.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어류는 물론이고 멍게나 미더덕 등 해초강도 여기에 들어간다. 인간과 미더덕이 같은 ‘문’에 속하는 동료인 것이다. 그 아래로 개, 고양이, 고래 등 모든 포유동물의 포유강, 침팬지 등으로 나뉘는 영장목 등이 있다.

은행나무가 특별한 이유는 은행나무강-은행나무목-은행나무과-은행나무속-은행나무종으로 ‘강’부터 오로지 한 종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치면 세상의 모든 포유동물이 사라지고 인간만 남은 것은 것과 비슷하다. 이런 상황이 된 이유는 다른 은행나무들이 모조리 멸종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가 처음으로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2억8000만년 전인 고생대 페름기로 추정된다. 이후 중생대 쥐라기(1억8000만년 전)~백악기(1억2000만년 전)에 걸쳐 번성했다. 당시에는 10종 이상의 은행나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중생대 이후 점차 쇠퇴해 마지막 빙하기 시대에는 1종만 간신히 살아남았다.

지금 지구상에 남아있는 은행나무는 이 때 생존한 개체의 후손들이다.

 
서울시, 밤의 은행나무. (홍민영 기자 촬영) 2019.05.10/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시, 밤의 은행나무. (홍민영 기자 촬영) 2019.05.10/그린포스트코리아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은행나무를 야생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멸종위기종(Endangered‧EN)으로 분류했다. 야생 은행나무는 중국 동부 저장성과 서남부에만 소수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는 모두 인간의 손을 거친 것들이다. 

은행나무가 멸종위기종인 이유는 야생 번식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종자가 크고 무거운데다 악취와 독성이 있어 동물들이 꺼린다. 게다가 어린 나무가 종자를 맺기까지는 30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지구상에서 인간이 사라지면 멸종될 생물 1위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에 은행나무가 들어온 것은 16세기 말 이전으로 추측된다. 은행나무는 수명이 무척 길기 때문에 곳곳에서 수백 년 묵은 거목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다. 이 나무는 높이 42m, 뿌리부분 둘레 15.2m로 국내에서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수령은 1100년 이상으로, 생물학적 보존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돼 있다.

이 나무에 대해서는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심었다는 설,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자 그것이 자라났다는 설 등이 있다.

일본군이 절을 불태웠으나 이 나무만은 타지 않았다는 전설, 나라에 이변이 생길 때마다 큰 소리를 낸다는 전설 등이 있어 지역 사람들은 이 나무를 매우 신성시하고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 (문화재청 홈페이지 제공) 2019.05.10/그린포스트코리아
용문사 은행나무. (문화재청 홈페이지 제공) 2019.05.10/그린포스트코리아

 

 

hmy10@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