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나비’의 날개에 얽힌 수수께끼 풀렸다
‘투명 나비’의 날개에 얽힌 수수께끼 풀렸다
  • 권오경 기자
  • 승인 2019.05.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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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날개·짙은 테두리는 생존본능에 따른 '은폐와 경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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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이언스 데일리)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투명 나비’의 날개에 얽힌 수수께끼가 마침내 밝혀졌다.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 데일리’는 투명한 날개를 가져 일명 ‘투명나비’로 불리는 이들의 날개가 생존 본능에 따른 진화결과라는 프랑스 연구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보도했다.

멜라니 맥쿨루어 프랑스 소르본대 생물학자 등 프랑스 연구팀은 “왕나비 아과에 속하는 이토미이니(Ithomiini) 족 나비 종 393종 가운데 80% 이상이 투명 날개를 갖는다”며 “투명날개와 더불어 이를 둘러싼 화려한 색의 테두리는 포식자를 피하려는 ‘생존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투명 나비의 날개는 학계에서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였다. 이들의 조상 종 대부분이 눈에 띄는 화려한 날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전혀 다른 형태의 날개를 갖게 된 진화 과정을 알아보려 페루에서 채집한 나비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 나비의 투명한 날개와 짙은 테두리가 각각 은폐와 경계를 위한 장치로 쓰이고 있단 사실을 확인했다.

맥쿨루어는 “나비가 주요 포식자인 새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전략은 ‘눈에 띄지 않거나 눈에 확 띄거나’ 둘 중 하나"라면서 "이런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주변 환경 속에 녹아들어 포식자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투명색 날개를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투명 날개와 더불어 이를 둘러싼 테두리에도 주목했다. 은폐를 위한 날개라기엔 오렌지색이나 검은색 등의 테두리가 눈에 잘 띄었기 때문이다.

맥쿨루어는 “짙은 색의 테두리는 ‘맛없는 먹잇감’임을 드러내는 경고신호”라며 “눈에 띄는 테두리 색을 통해 끔찍한 맛을 낸다는 기억을 포식자에게 학습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짙은 색의 테두리를 본 포식자는 투명 나비가 식물에서 섭취하는 ‘피올리지딘’이라는 알칼로이드에 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된다. 투명 날개로 은폐하지 못한 경우를 대비해 포식자에게 일종의 경고를 내보내는 장치인 셈이다.

실제 이들의 실험에 따르면 투명한 부위가 넓은 나비일수록 새의 눈에 덜 띄었다. 연구팀은 연구 초기 눈에 덜 띄는 만큼 독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투명도가 커지는 것과 독성의 정도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가장 투명한 나비가 가장 독성이 강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투명 나비를 먹어본 적이 없는 포식자가 많거나 테두리 색이 주는 경고를 알아차린 포식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먹이가 부족하거나 독을 감당할 만하다고 판단하면 경계색은 무용지물”이라며 “따라서 경계색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보다 은폐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식자의 눈에 덜 띄는 신호가 비록 포식자를 교육하는 데는 덜 효과적일지라도 생존 전략으로는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한편 투명 나비의 날개에 달린 털처럼 생긴 특이한 비늘은 빛을 반사하지 않고 투과시킨다. 이들은 멕시코부터 아르헨티나에 걸쳐 서식하며 주로 아마존과 안데스 열대우림에서 발견된다.

roma2017@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