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출시 1년 만에 청소년 흡연율 급등…유통업체·보건당국 대책마련 고심

쥴. (쥴 랩스 제공) 2019.05.07/그린포스트코리아
쥴. (쥴 랩스 제공) 2019.05.1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세련되고 편리한 디자인을 앞세워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0%를 점유한 ‘쥴(Juul)’이 오는 24일 국내 공식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외래종’이 구멍 뚫린 온라인 유통망을 타고 국내 청소년들의 흡연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쥴은 CSV(Closed System Vaporizer) 전자담배다. 액상형 니코틴 용액이 담긴 팟(pod)을 기계에 장착해 사용한다. 사용자는 팟 부분을 물고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면 된다. USB 메모리를 연상시키는 기계는 작고 가벼워 연초 담배처럼 손대지 않고 물면서 사용 가능하다. 또한 매끄러운 스틱에 충전 상태를 알리는 램프 장식을 더해 기능과 디자인 둘 다 잡은 ‘전자담배의 애플’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런 전자담배답지 않은 쥴의 디자인 때문에 일각에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청소년들의 흡연 욕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쥴의 출시와 함께 청소년들의 흡연율이 크게 올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 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미국 중·고등학생의 전자담배 흡연율은 1년 만에 각각 50%, 8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국내 보건당국은 쥴의 출시를 앞두고 편의점·면세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쥴 유통을 담당할 쥴 랩스코리아측은 팟부터 기계 등 제품 일체에 대해 온라인 판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1차 판매는 막혀도 소비자들간 온라인 판매나 중고거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재 국내 공식출시 전임에도 해외 직구를 통해 쥴을 구입한 일부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 한 중고거래사이트에서는 쥴을 사고 판다는 게시물이 150여건 확인된다. 충전기, 기계는 물론 니코틴이 담긴 팟까지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거래 특성상 판매자와 구매자는 거래 의사가 확인되면 미성년 여부와 상관없이 주소와 계좌번호 교환 후 거래를 진행한다. 거래 사이트는 물론 판매자가 구매자의 신원확인을 하지 않아 청소년들도 쉽게 살 수 있다.

이에 대해 쥴 랩스코리아 관계자는 "중고거래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전해질 위험성을 인지하고 공감한다"며 "유감이지만 외부 업체를 통한 소비자간 거래까지 본사가 간섭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사안을 두고 본사와 내부협의 중이며 조만간 공식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자담배는 온라인거래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실효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12조 1항)은 국산담배는 제조업자, 수입담배는 수입판매업자 외 판매를 금하고 있다. 또한 소매인이 담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 우편 판매 및 전자거래를 금지한다. 

쥴은 천연니코틴을 함유한 액상형 전자담배이며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중고거래나 온라인거래 모두 불법이다. 기기만 거래해도 청소년보호법에 저촉된다. 전자담배 기기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중고거래, 전자상거래가 허용되나 구매자가 청소년이면 청소년유해물건 유통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자담배 전문 유통 웹사이트는 통상 자체 필터링을 거쳐 구매자 신원을 확인하나 취급 품목이 다양한 웹사이트는 그런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또한 온라인 거래 창구가 광범위해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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