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내자 ‘셰르파’ 고 인류 DNA 흐른다
히말라야 안내자 ‘셰르파’ 고 인류 DNA 흐른다
  • 권오경 기자
  • 승인 2019.05.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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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동굴서 16만년 전 턱뼈 발견
저산소 환경 적응 돕는 EPAS1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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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정복’하기 전 존재했던 데니소바인의 턱뼈가 최초로 발견돼 셰르파들의 고산 지역 생존 비결이 밝혀졌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정복’하기 전 존재했던 데니소바인의 턱뼈가 최초로 발견돼 셰르파들의 고산지역 생존 비결이 밝혀졌다. 세르파는 티베트어로 '동쪽 사람'이라는 뜻으로, 히말라야 등산에 없어서는 안 될 등산 안내자들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티베트 고원에 있는 한 동굴에서 16만년 전 데니소바인의 턱뼈를 발견한 국제공동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최근 게재했다.

데니소바인은 시베리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네안데르탈인 등 최소 3종의 인류(호미닌)와 함께 살았다. 그러다 네안데르탈인은 5만년 전부터, 데니소바인은 4만년 전부터 서서히 사라져 멸종했다.

이번에 새로 확인된 데니소바인의 뼈는 중국 샤허현에 있는 고도 3280m의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에서 발견됐다. 이처럼 높은 고도에서 고인류 종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중국 과학원,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와 함께 덴마크, 대만,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프랑스 8개국 14개 대학 및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셰르파들이 에베레스트 정상과 같은 고산지역에서도 쉽게 적응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고(古)인류의 화석에 있었다”면서 “티베트 데니소바인은 시베리아 데니소바인과 유전적으로 매우 밀접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고산지역 거주 데니소바인의 아래턱뼈를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턱뼈 일부가 잘 보존돼 있어서 완전한 아래턱뼈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단백질 분석 결과 셰르파, 티베트인 같은 히말라야 고산지역에 거주하는 현대인들의 게놈에는 저산소 환경에서 적응을 돕는 EPAS1이 발견됐다. 이는 데니소바인에게서 유전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류 진화 연구에서 가장 앞선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장 자크 후블랑 인류진화학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데니소바인이 시베리아 지역에서 남하해 티베트 고원지역에 자리잡은 다음 뒤늦게 이 지역으로 진출한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의 교배를 통해 고산지역의 저산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를 남겼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팀은 약 1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교배가 있었음을 2016년에 밝혀낸 바 있다. 지난해에는 약 39만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사이에서도 교배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한편 이번 분석에 사용된 턱뼈는 1980년 티베트 불교 승려가 중국 란저우대 인류학과에 기증한 것으로, 박물관에 보관돼있다가 2016년이 돼서야 방사선 동위원소 연대 측정과 단백질 분석 등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데니소바인의 뼈로 확인됐다.

데니소바인은 2008년 러시아와 몽골 국경 근처 시베리아 남부 데니소바 동굴에서 처음 발견된 새끼손가락뼈를 DNA 분석으로 발견해 낸 인류다.

roma2017@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