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총수 지정 서류 아직 못내…공정위 "직권 지정할 수도"

고 조양호 회장 후계를 둘러싼 한진그룹의 내부 불협화음이 전해지면서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한진그룹 빌딩, 본사 DB)
고 조양호 회장 후계를 둘러싼 한진그룹의 내부 불협화음이 전해지면서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진그룹 빌딩, 본사 DB)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아들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게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무리없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한진그룹에서 누구를 총수로 지정할지를 두고 내부 갈등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 회장 대신 새로운 총수, 즉 동일인을 지정해야 하는데 한진측에서 내부 조율이 되지 않았다며 아직 서류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공정위는 당초 9일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15일로 연기한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는 그 이유에 대해 총수를 교체해야 하는 한진에 대한 검토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한진이 기존 동일인인 조양호 회장의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2월 25일 93개 대기업 집단에 공문을 발송해 4월 12일까지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자료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은 것은 한진그룹이 처음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조 전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이 새로운 동일인이 될 가능성에 대부분 상당한 무게를 실었던 것이 사실이다..

조 회장이 고인 장례식을 치른 지 8일 만인 지난달 24일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회장에 오르며 후계 구도를 다져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그룹 고위 관계자들도 지금까지 조원태 회장이 새로운 그룹 총수가 될 예정이라고 밝혀 왔었다.

그러나 새로운 총수에 대해 내부 이견이 발생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딸들인 조현아, 조현민씨 등이 조원태 회장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한진의 자료 제출이 늦은 것은 조양호 전 회장의 장례를 치르느라 내부 상황 정리가 안 됐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으나 공정위의 이날 설명에 비춰보면 장례 때문이 아니라 경영권 상속과 후계 구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서류 제출이 늦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공정위에 관련 서류를 내지 못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전했다.

그룹 경영권 확보에 핵심인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은 한진가가 28.8%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2.34%밖에 되지 않고 조현아(2.31%), 조현민(2.30%)씨 등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한진가 지분 가운데는 작고한 조 전 회장 지분이 17.84%(우선주 지분 2.40% 제외)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조원태 회장은 이 지분에 대한 상속 절차를 밟아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게 되는데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막대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상속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공정위는 한진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동일인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공정위는 직권으로 삼성그룹의 동일인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롯데그룹의 동일인을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각각 변경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정자료 제출 요청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을 넘긴 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원이 넘는 곳은 상호출자제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관리에 따른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다.

이때 동일인을 지정하는 것은 기업집단에 어느 계열사까지 포함할지 그 경계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동일인은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인으로, 이 동일인이 바뀌면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바뀌고 그에 따라 기업집단의 범위도 변동이 생기기때문에 동일인이 누가 되느냐는 기업경영상 절대적이고 막중한 부분이다.

yangsangsa@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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