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수명 차이, 성별보다 경쟁·다툼 영향 크다“
”뱀 수명 차이, 성별보다 경쟁·다툼 영향 크다“
  • 권오경 기자
  • 승인 2019.05.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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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바다거북알 먹는 뱀, '경쟁' 멈췄더니 수명 연장

 

알을 지키려다 경쟁자에 물려 상처가 난 뱀. 암컷 네 마리 가운데 한 마리꼴로 상처를 입는다. 황 웬산 제공.
알을 지키려다 경쟁자에 물려 상처가 난 뱀. 암컷 네 마리 가운데 한 마리꼴로 상처를 입는다.(사진=대만 국립 장화사범대학교)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동물의 암컷이 수컷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는 유전자보다 잦은 경쟁, 다툼 등 환경 때문이라는 ‘환경설’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는 성별 수명 차가 성별 자체보다도 영역을 지키려는 공격적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대만 연구팀의 연구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연구팀은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대만 ‘난초섬’에서 주로 바다거북의 알을 먹이로 삼는 뱀의 행동을 장기간 관찰했다. 관찰 결과, 이 뱀들은 바다거북이 바닷가 모래에 구멍을 파 알을 낳고 바다로 돌아가면 3∼7시간 안에 알의 냄새를 맡고 모래 속으로 파고든다. 입이 작아 알을 통째로 삼키지는 못해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섭취했다.

바다거북의 알 무더기는 이 뱀들에게 엄청난 자원이다. 뱀은 자신이 발견한 ‘보물’에 다른 뱀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악취를 뿜어내지만 경쟁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이로 인해 뱀들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했다.

일반적으로 포유동물 중 수컷이 암컷 혹은 먹이를 차지하려 다른 동물과 다툼을 벌이지만, 이 바다거북 알을 먹는 뱀들은 암컷이 먹잇감을 지키려 경쟁자와 맞섰다. 이 과정에서 종종 꼬리가 잘려나가는 뱀도 있는데, 수컷은 꼬리에 생식기가 있어 한 번 손상되면 번식에 치명적이지만 암컷은 꼬리가 잘려도 큰 문제가 없었다. 때문에 알을 지키는 역할은 수컷이 아닌 암컷의 몫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2001년 폭풍으로 거북 산란지 한 곳이 파괴되자 연구팀은 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암컷의 수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거북 알 쟁탈전에서 암컷의 25%는 꼬리가 잘렸지만, 수컷의 부상 비율은 10∼15%에 그쳤다. 수명도 암컷이 수컷보다 현저하게 짧았다.

그런데 폭풍으로 인해 거북 알이 송두리째 사라져 더이상 영역을 지키기 위한 격렬한 싸움이 불필요해지자 암컷의 수명이 크게 늘어났다. 폭풍 이전 수컷의 수명은 13년이고 암컷은 3년이었지만, 폭풍 이후 수컷은 4년, 암컷은 3년으로 비슷해졌다. 실험실에서 기른 뱀의 수명은 암수 모두 6년이었다.

이 치잉 대만 국립장화사범대 생물학자는 “자연이 벌인 실험(폭풍)덕분에 뱀의 성별 수명 차이가 유전자보다 공격적 행동 탓임이 밝혀졌다”며 “일반적으로 수컷이 공격적 행동을 하는 것과 달리 이 뱀은 암컷이 영역을 지키기 때문에 싸움이 수명 단축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암컷 뱀은 자신의 수명 단축이란 대가를 치르고 번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다”면서 “부상과 수명 단축을 무릅쓰고 거북 알이라는 핵심 자원을 지키는 것이 높은 번식률을 보장해 결국 종의 번성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oma2017@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