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 '톤28' 대표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톤28 홈페이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톤28 홈페이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바야흐로 ‘친환경’이 아닌 ‘필(必)환경’의 시대가 왔다. 환경단체나 일부 기업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필환경을 외치는 사람들은 ‘생활 속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손이 닿는 모든 부문에서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미덕이 됐다.

여기에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 있다. “먹을거리는 친환경을 생각하면서 바를거리는 왜 그렇지 않을까?” 친환경 화장품 '톤28'은 그렇게 탄생했다.

박준우 톤28 대표. (홍민영 기자 촬영)/그린포스트코리아
박준수 톤28 대표. (홍민영 기자 촬영)/그린포스트코리아

날씨 좋은 4월의 봄날, 톤28 본사에서 박준수 대표를 만났다. 톤28은 판교 기업지원허브에서 다른 180여개 스타트업체와 함께 살림살이를 꾸려 나가고 있다.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박 대표는 원래 화장품 전문가가 아니었다. LG전자에서 전자기기를 개발하는 일을 했다. 그가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용기기 개발과 체질이 계기였다. 

“원래 화학성분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었어요. 알레르기에 대해 조사하다 식품의 독성은 간에서 대부분 해독이 되지만 피부에 바르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피부를 통해 흡수된 독성이 체내에 쌓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몸에 좋은 친환경 바를거리를 찾던 박 대표는 정양숙 대표를 만나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2016년 8월에 톤28을 설립, 2017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5명의 연구원과 13명의 화장품 컨설턴트 등 23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톤28 홈페이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톤28 홈페이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톤28의 이념은 단순하다. 

첫 번째는 유기농 원료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유기농법은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등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방식 그대로 재배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원료는 환경에도, 사람의 몸에도 좋지만 화장품의 특성상 모든 성분을 유기농으로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톤28은 최저 60%에서 최고 95%까지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다. 유통 경로를 철저히 따져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만 원료를 공급받는다. 그렇게 하기 힘든 경우에는 직접 재배를 한다. 매실추출물을 위해서 유기농 밭에서 매실을 직접 재배해 사용하고 있다. 

원료의 등급도 따진다. 같은 병풀추출물이라도 등급이 낮은 것보다 높은 것을 택한다.

그러다보니 원료비가 만만치 않다. 원료비가 전체 지출의 40%를 차지한다. 일반 화장품 회사의 원료비 비율이 한 자릿수대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부담이 크지만 톤28을 찾아주는 고객들을 생각하면 그 ‘깐깐함’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모든 화학성분을 배제하는 것도 철칙이다. 톤28은 실리콘, 합성방부제 등 화학성분을 일체 쓰지 않는다.

정양숙 대표가 개발한 천연 방부제를 이용해 방부 처리를 한다. 그 때문에 일반 화장품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다. 

톤28의 화장품. (톤28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톤28의 화장품. (톤28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두 번째는 겉치레를 버리는 것이다. 

일정 비율 이상의 유기농 성분을 사용하면 유기농 인증마크가 부여된다. 인증마크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는 유기농 성분을 10%만 넣어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박 대표는 어떤 마크든 유지비가 들어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심 끝에 과감하게 ‘유기농 마크’를 포기했다. 대신 유기농 성분의 비율을 정직하게 케이스에 써 넣었다. 유기농 마크를 받는 것보다 단 5%라도 화학 성분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서다. 

유기농 마크와 함께 제품 케이스도 포기했다. 원료만이 아니라 케이스도 친환경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물 한 마리를 죽이면 사회적 지탄을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연간 수 천 마리의 동물들이 죽어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톤28은 쓰레기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케이스까지 바꾸기로 했습니다.”

 

톤28이 선택한 것은 종이 케이스였다. 박 대표는 화장품을 담을 수 있는 종이 케이스 개발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다며 웃었다.

내부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외부적으로도 고난이 많았다. 기껏 완성한 설계도를 들고 생산 업체를 찾아갔더니 다들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갖은 고생 끝에 가까스로 종이 케이스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핀란드의 유명 제지 업체에 직접 종이 케이스를 선보여 ‘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냉담했다.

“소위 ‘있어 보여야’ 하는 화장품 시장에서 누런색의 종이봉투에 담긴 화장품을 누가 사겠냐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케이스가 너무 불편하다며 항의하는 고객도 있었죠.”

(톤28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톤28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톤28은 서두르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이념과 철칙을 설명해 나갔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접촉을 시도한 끝에 지금은 공감하는 이들이 늘었다. 

톤28의 화장품은 ‘배달 형식’이다. 고객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설계해 28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만 제공한다. 이렇게 배달받는 고객이 4000명이 넘는다. 특히 화학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피부질환을 앓는 고객, 환경보호에 열정적으로 동참하는 고객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실질적인 환경보호 효과도 나타났다. 

우선 화학성분을 배제하다 보니 성분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서 해방됐다. 

“선크림에 든 화학성분이 산호를 죽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하와이에서는 해당 성분이 든 선크림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또 화장품에 함유된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을 오염시킨다는 사실도 밝혀졌죠. 톤28의 화장품은 적어도 그런 문제는 일으키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였다. 톤28이 자체적으로 샘플 조사를 실시한 결과, 화장품 하나 당 평균 60g의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었다. 톤28은 화장품 입구에만 플라스틱을 적용해 사용량을 4.2g으로 대폭 감소시켰다. 이렇게 줄인 플라스틱 양이 샘플 대비 92%에 이른다. 

플라스틱 병 수거 운동도 실시해 지금까지 1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았다. 모아놓고 보니 화장품 케이스를 개선할 필요가 더 절실하게 와 닿았다. 색깔이며 모양이 천차만별이라 재활용하기가 힘들뿐더러 병 안의 잔류 화장품을 제거하는 일도 난관이었다.

톤28의 화장품. (톤28 홈페이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톤28의 화장품. (톤28 홈페이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톤28은 새로운 케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새롭게 만들어질 케이스는 더욱 ‘친환경적’일 것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확실하게 말해서 종이 케이스는 불편합니다. 터지지 않게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고 보관도 어렵죠. 그렇지만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런 ‘생활 속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톤28의 생각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고객을 1만명까지 늘리고 이런 생각을 지지해주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톤28 스탠다드’ 론칭도 계획하고 있다. 

장기 목표는 종이 케이스 제조법을 시장에 오픈해 플라스틱 케이스를 퇴출시키는 것이다. 

10%의 사람이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는 것보다 모든 사람이 50%의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100%보다 50%, 60%의 쓰레기를 줄이는 것. 조금이라도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성분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고자 하는 톤28의 이념은 앞으로도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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