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스, CFVS 설치해도 피폭 기준치 초과 판단...'중대사고 예방' 무색
표준형원전 10기 440억원 규모로 우선 발주 수순... 혈세 낭비 우려

 
고리원자력(한수원 제공)
고리원자력발전소.(한수원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수천억원을 투입해 설치하려던 원자력발전소 격납건물여과배기계통(CFVS)에 대해 규제기관이 사실상 불용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CFVS는 멜트다운(원자로의 노심부가 녹는 중대사고) 등 원전 중대사고(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설계기준을 초과한 사고) 발생시 원자로 파손을 막기 위한 감압설비다. 앞서 한수원은 중수로인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경수로 원전 20기에 CFVS를 모두 시공한다는 로드맵을 2013년에 세웠다. 현재 CFVS가 설치된 원전은 지난해 조기폐쇄된 월성1호기뿐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소속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하 킨스)은 CFVS를 설치하더라도 경수로 원전의 경우 중대사고시 방사선 피폭 기준(20밀리시버트)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그동안 CFVS는 전문가들로부터 “막대한 돈만 낭비하는 쓸데없는 설비”라는 진단까지 받는 등 효용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됐다. 특히 CFVS의 효용성 논란과 함께 유착비리 의혹(관련기사 ‘한수원, CFVS 공급자 선정 무리수 아니라는데’)까지 제기됐다.

CFVS 설치는 2013년부터 원전 안전성 강화를 목표로 추진됐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현 원전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마련한 대책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드러난 격납건물내 배기 또는 감압설비 설치 추정 예산은 1500억원에 이른다. 2013년 국내 기술을 개발하겠다며 연구과제비로 출연한 액수만도 210억원이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쏟았음에도 원안위가 월성 2·3·4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예비평가를 실시한 결과, 경수로 원전의 경우 중대사고시 피폭선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2015년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원안법)에 따라 중대사고시 제한구역경계(EAB) 선량은 250밀리시버트 수준으로 관리돼야 하는데, 설치해도 유효선량을 초과하는 탓에 '중대사고 예방'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측은 “현재 운영변경허가를 신청중이며, 규제기관 검토 결과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는 짧은 답변만 내놨다. 가동 중인 원전에 설비를 추가하려면 원안위로부터 운영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CFVS가 사실상 발주 수순을 밟고 있는 까닭에 한수원이 원안위의 불용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입수한 'CFVS 운영변경허가 현안'에는 '가동 중인 전 원전에 대해 CFVS 설치가 추진 중이지만 CFVS 설치 계획에 차질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CFVS 개방시 중대사고 선량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내용이다. 여기엔 '사고관리계획서에는 CFVS 없이 인허가 기준을 만족시킨 뒤, 최후 예비수단으로 설치하겠다'는 한수원 측 입장도 포함돼 있다. CFVS 설치 강행 입장을 명시한 것이다.

한수원이 발주 수순에 들어간 CFVS의 설치 규모는 440억원(표준형 10기)이고, 우선협상자 업체는 유착비리 의혹으로 지난해 말 시민단체가 공익감사를 청구한 비에이치아이(BHI)다. 모든 원전에 CFVS를 설치하면 설치 규모만 1000억원대로 늘어난다.

시공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수원의 ‘2019년 물자수급계획’에 따르면 CFVS 설치 공사비는 △한울 1·2호기가 222억원 △고리 3·4호기가 191억원 △신월성 1·2호기가 129억원 △신고리 1·2호기가 120억원 △고리 2호기가 100억원이다.

이에 사업자와 원안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막대한 예산낭비가 우려되는 사안임 만큼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업 전반에 걸친 고의성 여부를 밝히는 수 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 100대 공약이기도 한 국민소송제, 내부고발자 포상제도 등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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