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유해화학물질’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ㅠ
'매일매일 유해화학물질' 유해환경 시대를 사는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지식
이동수, 이수경, 김찬국, 장영기 저·휴(休)·2019년 02월 28일

 

이 책의 한 단락: 포털에서 ‘항균 제품’을 검색하면 수백 종류의 제품이 뜰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이 제품들의 ‘항균 기능’은 대부분 코팅 혹은 함유되어 있는 살생물질 덕분이다. 항균 침대에서 항균 이불을 덮고 자며 샤워 후 항균 타월로 물기를 닦아내고 항균 칼과 도마를 이용하여 다듬은 식재료를 먹고 항균 칫솔로 이를 닦고 항균 옷과 신발을 걸치고 다닌다면 하루 종일 수많은 살생물질에 다양한 방식으로 노출되는 셈이지만 그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도 정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케모포비아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규칙은 무엇일까. 지피지기 백전백승. 어디에 어떤 유해화학물질이 있는지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매일매일 유해화학물질’은 화학물질이 어떻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됐는지, 수많은 화학물질이 어떻게 쓰이고 있으며 지금까지 밝혀진 유해성과 위험성은 어느 수준인지, 또 우리의 건강과 삶에는 어떤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조목조목 알려준다.

유해환경물질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소비자인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하며 기업과 정부, 정치권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 유해환경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환경 지식과 다음 세대를 위해 한번쯤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사항들도 소개한다.

◇유해화학물질이 '군림'한 우리의 일상

1000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 살충제 달걀, 유해 생리대와 기저귀 논란, 비스페놀 영수증, 라돈 침대에 이르기까지 유해화학물질의 피해는 사소한 일상에서조차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케모포비아’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평범한 사람이 하루에 노출되는 화학물질의 수와 양은 어마어마하다. 세제나 화장품, 플라스틱 용기나 일회용품, 식품 속 농약이나 보존제는 물론이고 열이 가해진 헤어드라이어나 TV에서조차 발암물질로 알려진 방염제가 휘발된다. 방향제 속에도 대부분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항균이라 이름 붙은 소비제품에는 처음부터 생물을 죽이거나 억제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살생물질이 함유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도 유해물질은 어김없이 발생한다.우리의 생활 자체가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제품과 환경 속에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수많은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어도 우리는 당장 고통을 호소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작은 신호를 무시한 채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몸에 조금씩 쌓인 화학물질 때문에 어느 순간 갑자기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저자들은 "특히 최근에는 급성독성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의 위협보다 지속적인 노출로 인한 만성적이면서도 미미한 화학물질의 영향이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면서 "치명적인 질병인 암 역시 만성적 영향의 결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6년 세계보건기구의 추산에 따르면 건강하지 않은 생활과 작업환경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12년에만 1260만명에 이른다. 이중 유해물질로 인한 대기와 실내 공기, 물, 토양 등의 오염과 화학물질 노출 등으로 최소 82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편리한 생활을 위해 개발, 사용한 수많은 합성 화학물질이 결국 독이 되어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기업의 장삿속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직접적 피해를 입지 않는 이상 일상 속 화학물질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혹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지 못하며 때로 관심조차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최소한의 안전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소비제품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지 않게 하려면 더 많은 소비자가 일상 속 유해화학물질의 존재를 인지하고 제도적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실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을 덜 배출하게 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에 처음부터 유해물질 사용을 금지하려면 소비자의 관심과 지식이 기초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매일매일 ‘먹고 마시고 만지는’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과 소비제품 등 의식주를 구성하는 대부분 제품에 어떤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는지, 마트에서 구입하는 제품에 포함된 벌레 퇴치제 및 곰팡이 제거제, 방부제, 살균제 등 살생물질이 어떻게 우리 몸에 들어와 어떤 건강 피해를 입히는지, 왜 우리가 유해물질의 만성적 영향과 미미한 영향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지 설명한다.

경고에 그치지 않고 유해화학물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 실천방안까지 소개한다. 일상 속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는 방법과 기업과 정부, 정치권에 어떤 요구를 하고 어떻게 감시해야 하는지, 전문가와 정부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덧붙였다.

유해물질의 건강 피해를 조금이라도 염려하며 조심조심 생활하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정보를 한데 담은 이 책은 현대인의 생활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리더는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  당신의 리더십은 왜 번번이 실패했을까? 기업 강의를 통해 한국의 수많은 리더들을 만나 온 조직심리학자가 설명하는 리더십 원리. 내 조직과 상황에 맞는 리더십은 따로 있다. 어떻게 찾을 것인가. 이 책은 한국 조직의 리더들이 갖는 대표적인 질문을 여덟 개의 챕터로 구성하고 다양한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그 답을 제시했다.(박진우 지음·2019년 4월 15일·학이시습·330쪽·1만9800원)

 

 

'트인 데로 가는 길'  프로이트가 경탄했을 정도로 인간 심리 묘사에 탁월했던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남긴 단 두 편의 장편소설 중 첫 작품. 합스부르크 제국의 황혼 무렵의 풍경화가 초기 영화 장면처럼 펼쳐진다. 하루가 다르게 날카로워져 가던 세기 전환기 반유대주의의 분위기에서 정체성 문제와 씨름하는 유대인들 이야기와, 귀족 가문의 딜레탕트인 게오르크의 연애를 두 축으로 해 당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던 위선과 가식 , 나른한 관성 등 정신적으로 위태한 분위기를 문학적으로 생생하고도 밀도 있게 그린다.(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김윤미 옮김·2019년 4월 19일·지만지·708쪽·2만7800원)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