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서식지, 체액으로 응고시켜…‘사회적 면역’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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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딧물 유충이 침입자가 뚫어놓은 구멍을 막기 위해 흰 체액을 분비해 막고 있다.(사진=구쓰카케 마야코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진딧물이 손상된 서식지를 복원하려 몸 속 체액을 모두 분출한 후 죽음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학술원회보(PNAS)는 넓은잎조록나무에 생긴 혹 속에 사는 가슴진딧물의 일종(학명 Nipponaphis monzeni)이 출혈을 막으려는 ‘사회적 면역’ 행동을 보인다는 일본 연구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사회적 면역’은 우리 몸이 세포 차원에서 하는 일을 확장한 듯한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진딧물은 넓은잎조록나무에 커다란 혹을 만들고 안전한 혹 안에서 수천 마리씩 모여 수액을 빨아먹으며 산다. 

봄이 되면 나비나 애벌레가 진딧물 유충을 잡아먹으려 혹의 껍질을 뚫고 들어오는데 이때 진딧물 유충은 애벌레에 덤벼들어 침을 쏘아 죽인 후 저마다 꽁무니에서 지방이 풍부한 '흰 분비물'을 분출해 침입자가 뚫어놓은 구멍에 채워넣는다. 망가진 둥지를 재빨리 복원하기 위해서다.

진딧물은 이 흰 분비물을 뿜어낸 후 이를 구멍 속에 채워넣는다. 진딧물이 발을 휘저어 구멍에 점액을 채우면 점액은 서서히 검은 색으로 변하면서 응고된다. 

구쓰카케 마야코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 연구원은 "이는 우리 몸에 병원체가 침입하면 체액이 흘러나와 응고한 후 출혈과 추가 침입을 막는 과정과 유사하다"면서 “생물의 개별 면역과 사회적 면역 사이의 놀라운 진화적 공통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진딧물은 혹 밖으로 밀려 나가거나 점액 속에 파묻혀 질식하기도 하는데 이에 개의치 않는다”면서 “어차피 혹 안에 살아남더라도 체액을 모두 분출해 곧 죽고 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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