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체중인 포유류 수명의 최대 8배
관박쥐·귀박쥐·긴수염박쥐·흡혈박쥐 등

흡혈박쥐는 유연한 체온 조절과 사회적 협동 덕분에 장수한다.(사진=제럴드 윌킨슨 제공)
흡혈박쥐는 체온조절능력과 사회적 협동 덕분에 장수한다.(사진=제럴드 윌킨슨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다른 동물보다 8배 오래 사는 박쥐의 ‘장수비결’이 밝혀졌다.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는 세계의 박쥐 67종의 디엔에이(DNA)를 계통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4종의 박쥐가 유난히 장수한다는 미국 생물학 교수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포유동물의 수명은 대개 몸 크기와 비례하지만 관박쥐·귀박쥐·긴수염박쥐·흡혈박쥐 등 4가지 종은 다른 포유동물보다 4.2∼8배 오래 사는 장수 형질을 보였다. 

이는 유연한 체온조절 능력과 사회적 협동 덕분이다. 주 저자인 제럴드 윌킨슨 미국 메릴랜드대 생물학 교수는 “4종 중 관박쥐·귀박쥐·긴수염박쥐는 깊은 ‘겨울잠’에 들어 사망률을 낮춘다”면서 “3종 모두 고위도에 서식하는 종들로, 겨울에 동면 상태에 빠지는데 이는 체온 조절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중·남미의 열대·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흡혈박쥐는 동면을 취하지는 않지만, 하루 중에 빈번히 마비·무기력 상태에 빠져 체온과 대사율을 떨어트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윌킨슨 교수는 “흡혈박쥐는 자유자재로 체온 조절을 할 수 있는 동물”이라며 “흡혈하지 않는 동안 체온을 낮추고, 흡혈을 시작하면 체온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런 습성은 흡혈박쥐가 온대지역에 살다가 아열대지역으로 밀려났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유연한 체온 조절 외에 협동적인 사회 행동도 흡혈박쥐의 장수 비결이다. 연구팀은 “암컷 흡혈박쥐가 흡혈에 성공하지 못하고 잠자리로 돌아오면, 동료 암컷은 자신이 섭취한 혈액을 토해 나눠준다”고 전했다.

윌킨슨 교수는 “이번 연구 과정에서 서로 가까운 종이면서도 수명에 차이를 보이는 사례를 많이 발견했다”면서 “이들을 비교해 일부 종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수컷이 암컷보다 큰 경향을 띠는 종의 경우, 그렇지 않은 종보다 수명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박쥐는 임신 상태에서 비행해야 하므로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연구진은 일부 열대 박쥐에서 암컷을 차지하려는 싸움 때문에 수컷의 덩치가 켜졌고, 싸움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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