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두 인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 인터뷰
검증·평가·상벌 제도 등 4단계 유기적 작동 중요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자가측정 업체 규모나 자원을 봤을 때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측정대행업체에게 수수료를 제출하는 배출업체 입장에서는 (돈 주는 업체에) 불이익이 되는 일을 하기 힘들 수밖에 없죠. 허위 발급 가능성이 높다거나 기준치 이내로 숫자를 조작하는 일은 공공연한 현실입니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만난 조경두 인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사건이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4곳과 짜고 배출량을 조작한 여수산단 업체 235곳이 적발된 사건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시 시스템 자체에 의문점을 던졌다. 배출량 조작업체에는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대기업들도 포함돼 충격은 더 컸다.

조경두 인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 (서창완 기자)
조경두 인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 (서창완 기자)

환경부는 이번 광주·전남 지역 적발사례를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2월부터 실시 중인 감사원의 ‘대기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결과와 전국 일제점검 등으로 측정대행업체의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신뢰를 되돌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 센터장은 대기오염물질 저감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검증과 평가, 그에 따른 상벌 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4단계 역할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을 둘러싼 불신을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예산이 배출원 감시나 방지시설 실효성 확보에 집중될 필요가 있습니다. 규제 강화로 업체에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하는 게 부담된다면 저감시설 확보에 예산을 집중해 산업 쪽 부담도 덜고 국가도 사회 환경 비용을 최소화하는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 센터장은 예산이 촘촘하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 마스크 정책을 꼽았다. 그는 미세먼지 농도 ‘나쁨’과 ‘매우 나쁨’ 수준은 50~80일 정도인데도 일반인들이 마스크를 필수라고 생각하게 된 현실을 지적했다. 아이나 노약자 등 호흡기가 불편한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호황을 맞은 건 마스크 업체들이다. 조 센터장은 여기에 정부가 비효율적으로 마스크를 무상 지원하는 등 정책을 펼치면서 마스크 업체들이 다시 마케팅을 펼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세먼지 마케팅’의 효과에 대한 검증없이 새로운 대책에 담아 넣는 식의 정책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조 센터장은 미세먼지 추가경정예산이 쓰인다면 굴뚝자동측정기기(TMS) 설치에 우선적인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TMS가 모든 오염물질을 데이터화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배출 상황이 보고된다는 것만으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리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배출된 뒤 처리하는 비용보다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TMS가 없어 감시가 힘든 중소사업장은 전수조사가 어렵더라도 위반 사항이 밝혀지면 일벌백계를 할 수 있는 무작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흡착 기능이 있어 대기오염물질 방지를 위해 작은 규모 사업장에서 많이 쓰이는 활성탄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업종 규모에 따라 관리 목표를 설정해 활성탄 교체 시기와 효율 측정을 수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7일 여수산단 한화케미칼 공장 앞에서 열린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치 조작 규탄 대회를 열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제공)
전남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7일 여수산단 한화케미칼 공장 앞에서 열린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치 조작 규탄 대회를 열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제공)

“지자체로 내려가면 지역 주민들이 업체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 지역 경제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기초단체장이나 의회 의원 입장에서는 엄격하게 처벌하기 힘들어 단속에 걸려도 솜방망이 처벌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현장 지도 단속 직원들도 불편함을 토로하고요. 인력 증원도 중요하지만 드론이나 원격조사 장비를 갖추는 등 다방면에서 감시 방안을 실험할 필요가 있어요.”

일주일 넘게 계속된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일각에서 지목하고 있는 ‘탈원전’에 대해 조 센터장은 기후 에너지 정책의 해외 동향을 볼 때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원자력발전을 택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나오는 산사태 등 환경피해 사례 등은 일정 부분 감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기 위해 도로를 설치하는 등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현재 원전 등 발전 방식에서는 오히려 더 훼손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태양광 시설들을 지역적으로 분산화하면 송전 인프라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지닌 문제의 크기가 원전이나 석탄 화력 발전소가 줄 피해와 잠재적 위험에 비해 과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화력발전소는 석탄저탄장(석탄을 수급조절하기 위해 다량의 석탄을 저장하는 장소)을 써야 하고 석탄재 매립이나 처분도 해야합니다. 원전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죠. 운영기간이 신재생에너지보다 훨씬 길지만 단점이 뚜렷한 셈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술개발로 위험성을 최소화할 영역이 여전히 많습니다.”

조 센터장은 에너지 정책은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세먼지 뿐 아니라 온실가스에 대한 국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공요금을 올리는 데 국민 동의를 구하고 온실가스 감축 등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화석에너지를 많이 쓰는 곳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도 많이 배출합니다. 그 부산물이 미세먼지 문제예요. 환경부 혼자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토부나 산업부도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해 스스로 저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내 감시와 저감 노력을 충실히 한다면 규제와 기술에서 비교 우위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에 책임을 요구하는 한편 우리 기술을 제공할 시장도 생기는 셈이죠.”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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