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물고기의 먹이이자 피난처 역할까지
“해파리 생태학, 해양 시스템의 핵심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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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가 바다 생태계에서 핵심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해파리가 어린 물고기에게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는 어린 물고기에게 해파리는 먹이이자 피난처라는 영국 연구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조너선 휴톤 영국 북아일랜드 퀸스유니버시티 벨파스트대 박사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해파리와 어울려 사는 물고기의 72%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어종”이라며 “지구의 물고기 자원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데 해파리-물고기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해파리는 바닷물에 떠 있는 ‘복잡한 3차원 구조물’이기 때문에 종종 독성을 띠는 촉수 사이 사이의 공간은 어린 물고기에게 요긴한 피난처로 작용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린 물고기는 촉수를 요리조리 피하거나, 독에 저항력을 얻거나, 또는 피부의 점막으로 해파리의 독을 피한다. 해파리가 유영하면서 촉수에 빨려든 동물플랑크톤은 어린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해파리 몸에 붙은 갑각류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해파리 자체도 어린 물고기의 먹이다.

휴톤 박사는 “해파리가 어린 물고기에게 피난처는 물론이고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둘의 관계가 먹을 수 있는 집인 ‘생강 쿠키 집’ 이야기와 꼭 들어 맞는다”고 말했다.

해파리의 이 같은 피난처로서의 역할은 특히 바다 밑바닥 근처에 사는 물고기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바다 표층에 사는 물고기들은 큰 무리를 지어 포식자에 대항하지만, 바다 밑바닥에 사는 물고기는 이런 무리짓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바다 밑바닥이나 밑바닥 근처, 산호초 부근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해파리가 없었다면 새끼 때 모두 포식자에 잡아먹히게 된다”면서 “해파리를 피난처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에 바다 표층에서 바닥으로 서식지를 옮기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자인 이사벨라 카펠리니 헐대 박사는 “해파리와 물고기는 지구에서 5억5000만년이나 함께 지냈으니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도 많을 것”이라며 “해파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최근 급격히 바뀌어, 해파리 생태학을 해양 시스템의 핵심 영역으로 ‘리부팅’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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