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류' 화석 필리핀 동굴서 발굴
‘신종 인류' 화석 필리핀 동굴서 발굴
  • 권오경 기자
  • 승인 2019.04.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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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유사한 형태... 진화 ‘정설’ 뒤바뀌나
네이처, 5만~6만 7000년 전 인류화석 13점 분석결과 게재
연구진이 필리핀 루손섬의 칼라오 동굴에서 발견한 화석 중에는 치아와 대퇴골, 손과 발의 뼈가 있었다.(사진=프랑스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이 필리핀 루손섬의 칼라오 동굴에서 발견한 화석 중에는 치아와 대퇴골, 손과 발의 뼈가 있었다.(사진=프랑스 자연사박물관)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새로운 종의 인간 유해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굴됐다. 이 화석의 발견으로 유라시아지역에는 기존에 생각하던 것보다 더 다양한 인류가 공존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필리핀 북부 루손섬의 칼라오 동굴에서 발굴된 인류 화석 13점에 대한 호주 연구팀의 분석결과를 최근 게재했다.

호주국립대(ANU) 고고인류학과 연구팀은 약 5만~6만 7000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7개의 치아와 손뼈 2개, 발뼈 3개, 넓적다리 뼈 1개를 발굴했다.

연구를 이끈 필립 파이퍼 교수는 “이 유해는 성인 두 명, 어린이 한 명에게 나온 뼈이며, 형태와 크기, 특징이 호모사피엔스나 호모에렉투스 등 비슷한 시기 아시아지역에 살던 인류와 달랐다”면서 “오히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屬) 처럼 극단적인 형태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역 이름(루손)을 따와 이 화석의 주인공에게 ‘호모루소넨시스’(Homo luzonensi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번 화석의 발견은 동남아시아 전역에서의 인간 진화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부여했다.

파이퍼 교수는 “이는 유라시아에 처음으로 진출한 인류가 호모에렉투스이며 다른 인류는 그 후손이라는 인류 진화의 기존 정설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제시하는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인류진화의 기존 정설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지금까지 정설은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벗어난 인류 종을 호모에렉투스로 본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으며, 그 가운데 신체가 현생 인류만큼이나 강건하게 발달하고, 두뇌도 현생 인류의 3분의 2 수준으로 커진 호모에렉투스가 약 200만년 전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빠져나와 유라시아전역으로 퍼졌다는 설이다.

정설에 따르면 화석의 주인공 역시 호모에렉투스로부터 진화했어야 한다. 하지만 연구팀이 호모루소넨시스 화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체구와 두뇌가 작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가까운 신체적 특성을 갖고 있다.

파이퍼 교수는 “화석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치아 크기가 매우 작다는 건데, 일반적으로 치아는 포유류의 전체 신장을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호모루소넨시스의 몸집은 다른 인종과 견줬을 때 상대적으로 작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호모루소넨시스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직접 진화한 후속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특징이 섬 생활에 적응한 일부 종에게 일어난 진화였는지, 혹은 지난 200만년 동안 호모루소넨시스 전체에 걸쳐 전해 내려온 해부학적 특성인지 알아볼 계획이다.

매튜 토체리 캐나다 레이크헤드대 인류학과 교수는 “만약 (호모에렉투스가 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1890년대에 호모에렉투스가 아니라 호모루소넨시스 화석이 발견됐다면 정설은 달라졌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로 아시아에서의 호미닌(hominins: 원숭이 같은 다른 유인 동물들과 차별되는 초기 인류) 진화가 한층 복잡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oma2017@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