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뮤직챌린지] “멸종해버린 도도새의 울음소리, 들어보실래요?”
[그린뮤직챌린지] “멸종해버린 도도새의 울음소리, 들어보실래요?”
  • 권오경 기자
  • 승인 2019.04.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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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운동연합 ‘들숲날숨 그린 뮤직 챌린지’
‘좋아서 하는 밴드’ 조준호·안복진·손현 인터뷰

 

서울환경운동연합의 ‘그린 뮤직 챌린지’는 뮤지션과의 협업으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젝트다. 한 앨범에 10곡씩 총 10집을 내는 것이 목표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이에 동참한 뮤지션들을 찾아 나섰다. 이들의 개성있는 노랫말과 멜로디에 녹아든 환경보호 메세지를 공유해본다.[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도도새의 울음소리를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좋아서 하는 밴드’(조준호·안복진·손현)는 도도새의 울음소리를 간직한 나무의 시선으로 멸종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제는 누구의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은 너의 울음, 너의 노래를 나 혼자 불러본다.

노랫말 속 ‘나’는 카바리아 나무다. 도도새가 멸종한 시기엔 이들의 울음소리를 녹음할 기술이 없었다. 도도새의 울음소리를 기록한 매체도, 이를 들은 사람들도 모두 세상을 떠난 지금, 도도새의 울음소리를 과연 어느 누가 기억하고 있을까.

이 질문은 ‘좋아서 하는 밴드’가 ‘도도’를 창작하게 된 출발점이자 카바리아 나무의 시선을 빌려 노래한 이유다.

카바리아 나무는 도도새의 소화기관을 거쳐야만 싹을 틔운다. 도도새가 자취를 감추자 카바리아 나무마저 개체 수가 급감했다. 아주 어린 나이의 카바리아 나무는 공교롭게도 마지막 도도새의 기록이 새겨진 시기와 겹친다. ‘좋아서 하는 밴드’는 이런 점을 착안, 어린 카바리아 나무만큼은 도도새의 울음을 기억할 것이라고 믿었다.

도도새는 아프리카 남동부 모리셔스 공화국의 주 섬인 모리셔스섬에 살던 새이다. 당시 섬엔 먹이가 풍부했고, 천적도 없어 도도새에겐 풍요와 안식의 땅이었다. 비상(飛翔)할 필요가 없었던 도도새는 점차 나는 방법을 잊어갔다.

평화의 시대가 가고 1505년, 땅의 주인과 다름없던 도도새는 포르투갈인들이 최초로 섬에 도착한 후 선원들의 사냥감으로 전락했다. 도도새에 대한 무분별한 포획은 300년간 이어졌다.

포획뿐 아니라 외래종의 유입도 도도새의 멸종에 영향을 줬다. 평화의 땅이었던 모리셔스섬은 네덜란드인들에 의해 죄수들의 유형지가 됐다. 이들을 따라 섬에 유입된 원숭이, 쥐 등은 도도새의 알을 위협했다.

인간의 남획과 외부에서 유입된 종의 위협으로 도도새는 약 100년 만에 희귀종이 됐다. 1681년 마지막 도도새에 대한 목격마저 ‘도도새를 사냥했다’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도도’는 이런 도도새의 슬픈 운명을 담담히 노래한다. 무엇보다 아코디언의 악기적 특성을 살려 도도새의 울음소리를 상상으로 표현해낸 것이 이 곡의 특징이다.

조준호 안복진 손현
‘그린 뮤직 챌린지’ 1집 '들숲날숨'의 9번째 곡 '도도'를 발표한 ‘좋아서 하는 밴드’.(오른쪽부터 조준호·안복진·손현)

‘좋아서 하는 밴드’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은근한 방법으로, 감성을 건드리는 멜로디와 가사로 멸종위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도도’에서 아코디언 연주와 노래를 맡은 안복진씨는 “하나의 확고한 메시지를 담은 ‘완전체’로서의 노래가 아닌, 대중이 함께 녹아들 수 있는 부드러운 노래를 만들고 싶다”면서 “이런 것이 대중음악인 것 같다. ‘공감하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노래 그 자체로 사람과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환경보호를 실천해야 한다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이 마음이 행동으로 나아가기까진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좋아서 하는 밴드’는 노래야말로 이런 마음가짐에 시동을 거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손현씨는 노래에 반복성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고 전했다. 그는 “말로 하면 지겨울 수 있는 내용에 멜로디를 붙이면 여러 번 들어도 무리가 없다”면서 “영화나 책은 대부분 한 번 보고 말지만, 노래는 반복해서 듣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노래의 작사·작곡을 맡은 조준호씨는 처음엔 도도새의 멸종에만 초점을 맞추고 곡을 창작하려고 했으나 ‘내 이름은 도도’라는 책을 읽고 하나의 멸종이 또 다른 멸종을 낳는단 사실에 주목했다. 카바리아 나무의 입장을 부각해 멸종위기종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이때부터다.

그는 “카바리아 나무는 도도새의 멸종이 곧 자신의 멸종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사라져가는 도도새의 울음소리를 그저 듣기만 할 수밖에 없었던, 나무의 심정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래의 제목이 '도도새'가 아니라 '도도'인 이유도 이같은 메시지와 연관이 있다. 도도새의 이름은 ‘어리석은 새’를 뜻한다.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아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좋아서 하는 밴드’는 “누가 정말 어리석은지를 물어보고 싶은 마음에 이 노래의 제목을 '도도새'가 아니라 '도도'로 지었다”면서 “'도도'는 한 종의 이름이라기 보다 '어리석다'는 탄식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도도’를 어떤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하냐는 질문에 '좋아서 하는 밴드'는 "외로운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곡"이라고 전했다. ‘도도’는 표면적으로는 ‘하나의 멸종이 또 다른 멸종을 낳는다’는 메시지를 갖지만,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결국 우린 다 연결돼 있다'는 의미까지 포함한다.

이들은 “나의 존재를 세상이 잊었다고 생각될 때, 도도의 울음을 기억하는 카바리아 나무가 있듯이 ‘나’역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짙은 흔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삶과 밀접한 공간들, 존재들이 더이상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라고 전했다.

roma2017@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