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품은 대기, 바람 타고 피레네 산악지대로
최대 95㎞가량 이동... “대부분 포장재로부터 나온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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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이 강과 바다뿐 아니라 대기를 통해서도 먼 지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pixabay)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미세플라스틱이 강과 바다뿐 아니라 대기를 통해서 먼 지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는 미세플라스틱이 대기를 통해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대 토목·환경공학과 등 국제공동연구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플라스틱 입자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남극, 북극 등 극지방에 도달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프랑스 피레네의 산악지대에서 2017년 11월~2018년 3월 5개월간 대기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이곳은 개발이 제한돼 있고 대도시나 산업단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다. 다른 지역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날아오지 않는 이상 자체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곳에서 하루 동안 공기 중으로부터 침강한 미세플라스틱 입자 수는 1㎡ 면적당 366개였다. 이 중 파편 형태는 249개, 필름 같은 얇은 막 형태는 73개, 섬유처럼 길고 얇은 형태는 44개로 분석됐다.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과 포장재 등에 널리 사용되는 폴리스티렌과 폴리에틸렌 등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은 대기를 통해 최대 95㎞가량 이동해 피레네 국립공원의 산악지역에 도달했다”면서 “동쪽으로부터 약 60㎞, 서쪽과 남쪽에서부터 75㎞, 북쪽으로부터 95㎞ 떨어진 지역에서 이동해온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대상이 된 미세플라스틱은 1㎛(100만분의 1m) 이상부터 5㎜ 이하 크기의 입자로,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침강속도, 풍속과 풍향, 대류권의 상태 등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대기 중 이동궤적을 계산하고,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분석했다.

연구팀이 ‘미세플라스틱의 대기 중 이동’에 관한 연구를 한 이유는 낮은 플라스틱 회수율 때문이다. 이들은 “매년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 가운데 일부만 회수되고 있다”면서 “회수되지 않은 플라스틱 중 10%가량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데 나머지는 어떤 형태로 얼마만큼 자연에 남아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약 3억3500만톤에 달한다. 이 기간 재활용 또는 매립을 위해 회수된 플라스틱은 2억7100만톤에 불과하다.

연구를 이끈 데오니 알렌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대도시에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이 대기를 통해 인적이 드문 먼 지역까지 도달한다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선 미세플라스틱이 초속 1m 이상의 바람이 불 때 더 많이 이동하고, 더 많이 지표에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을 타고 어느 정도로 멀리 날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심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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