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후쿠시마 원전 풍경. (구글 일웹 제공) 2019.04.16/그린포스트코리아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 풍경. (구글 일웹 제공) 2019.04.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 사고를 일으켰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핵연료를 꺼내는 작업이 시작됐다. 폐로로 가기 위한 첫 단계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아사히신문, 후쿠시마 지역 신문 후쿠시마 민유(福島民友) 등은 도쿄전력이 15일 오전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서 핵연료 반출 작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했던 1~3호기에서 핵연료를 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로 손상된 3호기 원자로 건물 상부에는 현재 사용 후 핵연료봉 514개, 미사용 연료봉 52개 등 566개의 핵연료가 남아 있다.

그동안 대규모 지진이나 쓰나미로 인해 건물이 붕괴될 위험성이 있어 핵연료 반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노심용융이 일어나지 않았던 4호기의 경우 2014년 말 핵연료 1535개를 모두 꺼내 원전 내 별도의 전용 수조에 보관중이다.

도쿄전력은 4호기 반출을 마친 후 1~3호기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었으나 예정보다 4년 4개월이 늦어졌다. 

이번 작업은 건물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조작실에서 원격 조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도쿄전력은 우선 미사용 핵연료 7개를 옮기기로 했다. 이날 오전 4개의 핵연료를 수송 용기에 넣는데 성공했으며 향후 나머지 3개를 꺼내 공유 수조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앞으로 2년에 걸쳐 모든 핵연료를 꺼낸 후 2023년부터 1~2호기의 핵연료 반출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호기와 2호기에는 각각 392개, 615개의 핵연료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총 880톤에 달하는 핵물질 잔해를 제거하는 것도 난관이다. 핵물질 잔해 제거 작업은 폐로의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꼽힌다.

방사능 오염수 처리도 남아 있다. 대형 물탱크에 담겨 원전 부지에 쌓여 있는 오염수의 양은 지난달 기준 118만톤을 넘어섰다. 설치 가능 한계인 137만톤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 안으로 스며드는 빗물, 지하수, 핵물질 잔해 냉각수 등으로 하루에 생성되는 오염수의 양은 총 170톤 정도다. 도쿄전력은 지붕 보수 등을 통해 내년에는 150톤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 1~4호기의 원자로 건물 등에 고여 있는 4만톤 이상의 오염수도 처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정화한 뒤 인근 해양에 반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국제사회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말할 뿐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반출 작업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호복이 아닌 양복 차림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한 아베 총리 나름의 호구책이라고 분석했다.

hmy10@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