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울 종로구 참여연대 카페 외벽이 기억이란 글자로 가득 메워져 있다(박소희 기자)/2019.04.16/그린포스트코리아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카페 외벽이 기억이란 글자로 가득 메워져 있다(박소희 기자)/2019.04.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라는 노랫말이 있다. 처음부터 아예 없었던 것으로 여겨야 살 수 있어서다. 망각을 신이 주신 선물이라 하던가. 기억은 추억(과거)이 돼야 현재에 범람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차가운 바닷속에 침몰한 진실은 봄꽃이 피고 지기를 벌써 다섯번째여도 과거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또 묻는다.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지만 아직도 너무 아파 가슴에도 못 묻어요.”

유가족이 가슴을 내리치며 한 말이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준영이의 손과 발은 상처투성이었다. 준영이에게 있던 것만은 아니었다. 차가운 바다에서 건져진 희생자들의 손과 발에 똑같이 있었다. 살고 싶어 난간을 부여잡고 있던 흔적이 가슴에도 묻지 못하게 했다. 어떤 유가족은 집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어 자동차에서 며칠 잤다고 한다. 어떤 이는 진실규명 침묵시위를 하다 이틀간 구속됐다고 한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이들이 아직도 묻는다. 

세월호 가족들은 지난 15일 책임자 17명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전대통령, 김기춘 전비서실장, 김석균 전해양경찰청장 등에 물었다.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 역시 해경에 대한 수사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처벌요구 대상자에 포함됐다. 

4·16 가족협의회는 △해경이 선원들만 표적구조하고 승객들에 대한 구조시도 조차 없었던 이유 △과적, 조타미숙, 기관고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월호 급변침과 침몰의 진짜 원인 △박근혜 정부 및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의 참사 시점 7시간 기록을 봉인하고 증거 조작·은폐 및 진상 규명을 방해한 이유를 진상규명 3대 과제로 꼽고 있다. 

304명이 희생된 이 참사에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은 사람은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해경 123정의 정장 한 명뿐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핵심증거물인 DVR 조작가능성을 제기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핵심적인 의문점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세월호는 왜 침몰한 건지, 구조는 왜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당시 국정원은 얼마나 개입하고 있던 건지 모른다. 탑승자 304명을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다는 100분 동안 왜 그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했는가. 바다에서 끌어올린 이들의 손과 발이 피투성이가 돼가는 동안,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세월호 유가족들은 잊히는 것이 두려워 '차라리' 4월이 낫다 한다. 그런 이들을 향해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을 쏟아냈다. 망자의 이름을 지옥같은 현실에 그만 붙잡아두고 싶어 하루빨리 진실규명을 바라는 이들에게 ‘차라리’가 무얼 의미하는지 알 도리가 없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으라’. 진실을 은폐하는 침묵이 지겨워 또 묻는다.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밥을 먹다 봤다. 전원 구조 오보에 마음 편히 밥그릇을 비웠다. 밥을 다 먹었다는 죄의식이었을까. 그해 제주도 세월호기억공간 리본(re:born)에서 얻은 노란 리본 스티커를 차 후면에 지금까지 붙이고 다닌다. 그 스티커에 지금 칼집이 나 있다. 세월호 리본을 붙이고 다니다 보니 차에 흠집이 났다. 사실 뗄까도 잠깐 고민 했다. 유가족들의 '차라리'가 사무친다. 

기억은 추억과 트라우마라는 양날의 검을 가진다. 따라서 기억은 삶을 풍요롭게도, 폐허로도 만들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한 유가족은 물론 국가다운 국가를 바라는 이들에게 세월호는 현실에 범람하는 트라우마다. 직권남용죄 공소시효가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책임자 처벌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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