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감옥에 갇혀 있는 벨루가, 러시아 바다로 방류하라"
"좁은 감옥에 갇혀 있는 벨루가, 러시아 바다로 방류하라"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4.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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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환경 및 동물보호단체들, '벨루가 야생 방류 촉구' 캠페인
벨루가 러에 보내고 동물원수족관법 개정·국립기관 설립 요구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핫핑크돌핀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해방물결,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국내 수족관 7곳에 있는 벨루가 9마리의 야생 방류를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핫핑크돌핀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해방물결,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국내 수족관 7곳에 있는 벨루가 9마리의 야생 방류를 촉구했다. 2019.04.1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병욱 기자] 수족관에 갇혀 전시와 공연에 동원되는 고래류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생에선 수심 700m 아래까지 유영하고 복잡한 무리 생활을 하는 고래들이 감옥같은 좁은 콘크리트 수조에 갇혀 지내며 돈벌이에 이용되는 데 대해 그동안 국내외 동물보호단체 등은 "생명 존엄의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해왔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8일 연해주 고래감옥에 억류되어 있는 98마리의 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합의문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앞서 러시아의 4개 포경업체가 87마리의 벨루가와 11마리의 범고래를 산 채로 잡아 수십 미터 크기의 좁은 고래 감옥에 가둬 놓고 중국 수족관으로 수출하려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지난 여름 공개되면서 전 세계 고래보호단체의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러시아 연방정부가 개입해 환경단체와 방류에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억류되어 있는 모든 고래를 위한 바다쉼터를 마련하고 야생 적응훈련을 거쳐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이에 국내 해양환경 및 동물보호단체들은 2013년부터 서울대공원 '제돌이'를 비롯해 총 7마리의 남방큰돌고래를 고향인 제주바다로 돌려보낸 한국도 러시아와 함께 좁은 수조에 갇힌 흰돌고래 벨루가 해방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위원장 류종성)와 핫핑크돌핀스(공동대표 황현진·조약골),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 동물해방물결(공동대표 이지연·윤나리),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이날 러시아 정부의 벨루가 야생 방류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국내 수족관 기업들과 정부에 3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우선 수족관 운영 기업인 롯데, 한화, 거제씨월드에 모든 벨루가를 러시아 재활·방류 훈련시설로 보낼 것과 정부에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통한 고래류 사육 및 전시 금지, 국립해양동물보호센터 설립 등을 촉구했다.

현재 국내 수족관 7곳에는 벨루가 9마리를 포함해 총 38마리의 고래류가 사육되고 있다. 특히 9마리의 벨루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방류 계획을 밝힌 87마리와 같은 북극해에서 잡혀온 개체들이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핫핑크돌핀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해방물결,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국내 수족관 7곳에 있는 벨루가 9마리의 야생 방류를 촉구했다. 2019.04.15/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핫핑크돌핀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해방물결,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국내 수족관 7곳에 있는 벨루가 9마리의 야생 방류를 촉구했다. 2019.04.15/그린포스트코리아

 

전시와 공연에 동원해온 고래류의 야생 방류는 세계적인 추세다.

살아 있는 고래의 무역 금지를 통해 고래 전시를 불허하는 국가는 볼리비아, 칠레, 코스타리카, 크로아티아, 사이프러스, 헝가리, 인도, 니카라과, 슬로베니아, 스위스 등 전 세계적으로 10개국에 달한다.

이 뿐만 아니라 법으로 고래류의 사육 및 전시를 금지한 나라들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2016년에 범고래 보호법(Orca Welfare and Safety Act)을 제정해 교육 목적이 아닌 범고래의 전시와 공연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현재 억류되어 있는 고래의 복지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이 법에 따라 미국 샌디애고에 위치한 씨월드는 2017년 1월부터 범고래 공연을 중단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와 플로리다주에도 이 법안이 상정돼 있다.

캐나다는 최근 의회에서 고래와 돌고래 등 모든 고래류의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의 형법 개정안 통과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S-203'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캐나다에서 모든 고래류의 번식과 사육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해양환경 및 동물보호단체들은 "이처럼 고래류의 수족관 전시, 공연 금지는 세계적인 흐름"이라면서 "하루빨리 한국 정부도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통해 고래류의 전시, 공연, 체험, 번식을 금지해야 하다"고 밝혔다.

국내 수족관에서 죽은 고래류는 1990년 이후 총 49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08~2016년 사이 매년 4~5마리의 고래들이 폐사했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해양동물 전문구조·치료기관' 9곳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사설 수족관으로, 부상을 입은 해양동물을 구조 치료하는데 전념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때문에 국립해양동물보호센터 등과 같은 국립기관을 설립해 사설 수족관에게 맡긴 해양동물 구조·치료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또 이곳에서 국내에 부족한 해양동물 특히 해양포유류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양환경 및 동물보호단체들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들여온 벨루가 3마리중 ‘벨로’는 2016년 포획·감금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폐사했고,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벨루가 3마리중 ‘루비’는 좁은 사육환경으로 인해 척추 곡만증을 겪고 있다"며 "또한 거제씨월드의 벨루가들은 ‘체험 프로그램’에 동원되어 먹이를 위해 춤추고 사람에게 만짐을 당하는 등 야생에서 절대하지 않는 행동들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드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던 벨루가를 잡아 수족관에 전시하고 쇼에 동원하는 행위는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한화 아쿠아플라넷, 거제씨월드는 수족관에서의 사육이 부적절한 벨루가들을 고향인 러시아 북극해로 돌려보내라"라고 요구했다.

wooklee@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