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일상을 행복으로 만드는 복지이야기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ㅊㅇ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일상을 행복으로 만드는 복지이야기  
저자 윤승희 | 추수밭(청림출판) | 2019-04-24

 

이 책의 한 단락 :  예전에 나는 우리 교육의 문제가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우리 교육의 문제가 제도의 문제일까? 그렇다면 제도를 보완하거나 혹은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교육 정책을 도입하면 해결이 될까? 제도만 잘 정비되면, 문제가 사라질까? ... 우리 교육의 문제는 바로 학교에서 ‘친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 곁에는 친구 대신 경쟁자만 있다. 친구가 보고 싶어 학교에 온다는 아이들, 그리고 친구를 통해 서로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아이들과는 사뭇 대조된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각자의 생존이 목표가 되는 삶을 넘어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갈 순 없을까. 최장의 노동시간을 자랑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오래 일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대한민국. 그러나 국민들의 삶의 질이나 행복지수는 최하위를 달린다. 자살률, 노인빈곤율은 언제나 최상위다. 당장 나의 생존을 사수하기 바쁜 ‘각자도생’에 기초한 사회에서 행복은 단순히 ‘개인의 만족감’ 정도로 취급될 뿐이다.

그렇다면 행복이 개인의 만족을 넘어 모두의 생존을 위한 최소 조건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사는 일이 삶의 목표가 될 수는 없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이 책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이다. 이 책은 한국인 복지전문가가 스웨덴 현지에서 직접 살아보고 체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쓴 ‘정책 에세이’다. 

저자 윤승희는 단순히 스웨덴의 선진적인 정책을 소개하는 방식을 넘어 지극히 평범한 이웃인 스웨덴 사람들이 어떻게 정책을 만들고 지켜왔는지, 그들의 생각과 말을 빌어 들려준다. 정책의 면면을 세세히 들여다보기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근본 원리와 가치에 주목하고, 이것이 정책으로 구현된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총 8장에 걸쳐 써 놓은, 오랜 역사를 거쳐 만들어진 스웨덴의 복지정책을 통해 이를 지켜온 사람들의 정신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며, 책을 보는 사람들에게 "'행복의 나라로 가는 길’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입니다”

스웨덴의 굴곡진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 그런데 어떻게 스웨덴은 삶의 질과 풍요로움, 만족도 면에서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가 됐을까.

초콜릿을 좋아하는 '요나손' 할아버지는 ‘세금을 내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바라던 행복을 평범한 일상으로 만들기까지 스웨덴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가치에 주목해왔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100년이란 시간 동안 지켜왔는지 설명한다.

1940년대까지 스웨덴은 경제적으로 매우 가난한 나라였고, 극심한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아동의 수가 너무 많아 영국에서 구호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며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과 재화를 나누는 ‘보편적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선택했다. 그 결과 스웨덴은 오늘날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평생의 행복을 보장하는 정책을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선 일생에서 가장 약한 시기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어떤 이들은 "더이상 복지정책의 확대는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자녀를 양육하고 노인을 부양하는 것을 ‘비용’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제목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에는 바로 이러한 스웨덴 사람들의 가족 부양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어떻게 '암울한 장벽'을 무너뜨렸나

저자는 난민에서 노동 문제에 이르기까지 격차와 장벽을 허무는 스웨덴의 정책을 이야기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전쟁 난민들의 대규모 입국과 난민 신청 허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된 적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데 갈등을 겪었다. 특정한 자격을 기준으로 누군가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배제하는 방식은 비단 이민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일어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 격차와 양극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단’은 우리 사회 곳곳에 암울한 장벽이 세워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이 암울한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평등’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스웨덴은 이민자에 대해선 어떤 국가에서 온 사람들일지라도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난민들에게도 주거, 의료, 교육의 혜택을 자국민과 동등하게 제공한다.

노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웨덴 노조는 돌봄 노동자 등 저임금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로 간주한다. 고소득 노동자들의 양보와 지지를 얻은 ‘연대노동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스웨덴은 성별간, 직종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가 됐다.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는 좋은 정책의 필요성과 가치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달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이들은 단순히 '나'에게 돌아오는 수당과 혜택을 '좋은 정책'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이들에게 좋은 정책은 아이와 부모,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한 사회정의의 실현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정책이 누군가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스스로 공부한다. 국방, 연금, 에너지 등 국민의 미래와 연결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선 투표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그들은 "우리의 삶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정책을 고위 정치인이나 관료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며 의회와 정당, 지방정부 코뮌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스웨덴을 무작정 따라하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우리가 직접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정책을 만들고, 그 가치를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이 책은 기로에 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정책의 주인인 우리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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