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66년만에 폐지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66년만에 폐지
  • 홍민영 기자
  • 승인 2019.04.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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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제공) 2019.04.11/그린포스트코리아
(Pixabay 제공) 2019.04.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규정이 헌법에 반한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낙태죄는 66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11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169조와 낙태시술을 한 의료진을 처벌하는 270조에 대한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 대해 모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유남석 헌재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낙태죄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7명중 4명(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3명(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단순위헌 결정을 내렸다. 반면 조용호, 이종석 재판관은 합헌의견을 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위헌이기는 하나 즉각적으로 무효화하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개정 시까지 한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낙태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만약 국회가 그때까지 개정안을 형법에 반영하지 않으면 낙태죄는 위헌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는 “낙태죄 조항은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다"며 "여성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모자보건법이 정한 낙태에 관한 예외조항에 대해선 한계를 지적했다. 모자보건법은 강간으로 임신된 경우,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 낙태를 허용한다. 헌재는 "모자보건법상 정당화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갈등 상황이 포섭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 관련 첫 결정때는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낙태죄 처벌을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후 7년 간 낙태죄에 대한 여론이 크게 변화하면서 헌재의 판단도 바뀌었다.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낙태죄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여성은 전체의 75.4%에 달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3.8%에 불과했다.

개정해야 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임신중절 시 여성만 처벌받기 때문’이 66.2%를 차지했다. 이어 ‘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이 65.5%,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혹은 개별가족)의 선택이기 때문’이 62.5%였다.

또 지난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령, 지역, 성별, 성향, 정당 지지층과 관계없이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8.3%를 차지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낙태죄 폐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치권도 낙태죄 폐지에 힘을 실었다. 이날 오전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낙태죄 위헌 심판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성만이 오롯이 처벌받고 사회적 낙인을 받아야 하는 현 상황은 헌법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hmy10@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