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산재취소 소송 취하 결정
반올림 "직업병 예방 근본 대책 필요"

고(故) 이가영씨. (반올림 제공) 2019.04.11/그린포스트코리아
고(故) 이가영씨. (반올림 제공) 2019.04.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반도체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다 악성림프종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산재취소 소송을 제기했던 서울반도체가 소송을 취하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 10일 “당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했던 산재처분 취소소송을 취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반도체에서 근무하던 이가영(27)씨는 입사 2년 만인 2017년 9월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지난 8일 숨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근로복지공단이 이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했으나, 서울반도체는 “작업장에는 유해물질을 직접 취급하는 공정이 없다”며 산업재해 인정 취소소송을 제기했었다.

이에 시민단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지난 2월 서울반도체 관계자가 이씨의 집으로 찾아와 산재취소 소송을 통보했다”면서 서울반도체에 공문을 보내 항의의 뜻을 밝혔다. 유가족 역시 10일 새벽으로 예정돼 있던 발인을 미루며 소송 취하를 강력히 요구했다. 

반올림은 성명을 통해 “서울반도체는 고인에게 유해물질에 대한 어떠한 교육이나 보호조치도 제공하지 않은 채 2교대로 12시간씩 일을 시켰다”며 “고인은 근무 중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처구니없는 소송은 막았지만 서울반도체가 안전하다는 대표이사의 위험한 인식이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반도체노동자의 직업병 예방을 위해 유해물질 사용과 노출을 더 엄격히 규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전자산업 노동자 중 직업병으로 숨진 경우는 지난달까지 총 197명이다. 

반올림은 그동안 137명에 대해 산업재해를 신청했는데 이 가운데 43명만 인정을 받았다. 질병 유형으로는 백혈병(33건)이 가장 많았고 유방암(23건), 뇌종양(12건), 악성림프종(11건) 순이었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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