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유지·보수예산중 점검수선 예산은 계속 증가
지난 5년간 부실·비리·불량 원전 5568일 가동중단

월성 원자력발전소 1, 2호기. (한수원 제공)
월성 원자력발전소 1, 2호기. (한수원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기-승-전-탈원전'이다. 자유한국당이 최근 발생한 강원지역 산불마저 탈원전 탓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주일 넘게 계속될 때와 비슷한 흐름이다. 

같은 비판 대상이지만 환경 관련 시민단체쪽에서는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말뿐이라고 지적한다. 속도가 더디다는 뜻이다.

한쪽에서는 말뿐이라는 ‘탈원전’이 한국당에서는 정부를 비판하는 만능키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전력 안전예산이 문재인 정부 들어 줄어든 탓이라고 주장했다. 탈원전으로 수익이 줄어 회사 내 경비 절감 차원에서 안전예산을 줄인 게 화근이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국당은 지난달에는 태양광발전소를 늘리면서 산을 깎아 미세먼지가 많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9일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을 “구시대 에너지 체계를 고수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무책임한 정치협잡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탈원전을 국민 불안 심리를 악용한 정치 공세이자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보수 예산 4200억원 삭감 주장 뜯어보니

한국당의 지적대로 한전의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은 2017년 1조8621억원에서 2018년 1조4418억원으로 전년 대비 4200억원 삭감됐다. 한국당은 이를 한전이 안전 관련 예산을 줄였다고 해석했다.

한전은 한국당의 문제제기가 있자마자 해명 자료를 내 지난해 예산이 줄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중 투자 예산으로 분류되는 설비교체보강예산이 2015~2017년 집중 투자로 늘었다는 것이다. 수명이 다한 설비를 교체하는 설비교체 예산이 늘어난 건 1980년대 중반에 주로 지어진 설비가 이때 집중적으로 교체돼서다.

한전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해명자료. (한전 제공)
한전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해명자료. (한전 제공)

반면 배전설비에 대한 안전점검 및 순시 등에 소요되는 점검수선예산만 보면 매년 증액했다. 한전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점검수선예산은 2016년 2731억원, 2017년 2946억원, 2018년 2948억원으로 계속 늘어났다. 2019년 점검수선예산은 4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92억원이나 늘었다.

양 처장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는 "거품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의 방향 정도를 잡은 수준으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한 정도일 뿐이라는 평가다. 양 처장은 이런 상황에 한국당은 원전이 당장 없어지는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년 동안 부실·비리·불량으로 5568일 멈춰선 원전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의 진단도 양 처장과 비슷하다. 그는 문재인 정부 정책을 실제로 뜯어보면 탈원전이 아닌 '점진 축소'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현 정부에서 정지시킨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의 발전용량을 합해도 1300MW가 채 되지 않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현 정부에서 승인된 원자력발전소인 신고리 3, 4호기의 발전용량이 2800MW로 사실상 1500MW 이상의 용량이 늘어났다”면서 “탈원전이라기엔 부족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탈원전 탓에 원전가동률이 낮아졌다는 주장에도 반론을 내놨다. 문제가 누적되면서 안전 문제로 점검하는 일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배경으로는 원전 업계가 폐쇄적으로 운영돼 온 것을 지적했다. 진흥과 규제가 확실히 분리되지 않고 한 곳에서 독점하면서 균형 잡는 기능이 상실돼 버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원전의 각종 비리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거래소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원전 24기는 2013년 1월~2018년 9월 사이 총 5568일 멈춰섰다.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계획예방정비 일수를 뺀 수치다.

이중 부실시공에 따른 가동 중단이 2631일로 추산 손실액이 6조5144억원에 달했다. 납품 비리로 가동이 중단된 일수는 1513일로 추산 손실액 5조3639억원, 불량 부품 문제로 인한 가동 중단일은 1424일로 추산 손실액 5조246억원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한전과 자회사인 한수원 등의 실적 하락은 국제 연료 가격 상승, 원전 이용률 하락이 주원인”이라며 “2016년 6월 이후 격납건물 철판부식, 콘크리트 결함 등 과거 부실시공에 따른 보정조치로 인해 원전 정비일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2017년 대비 국제 연료가격이 유가 30%, LNG 16.2%, 유연탄 21% 인상됐고, 한전의 연료비가 3.6조원, 구입전력비가 4.0조원 증가했다”고 순손실 증가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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