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재검토위원회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
탈핵단체 "향후 주민수용성 문제 염두 안해"

"핵폐기물 답이 없다" 시민선언 참가자 일동이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외치고 있다.(박소희 기자)/2019.03.06/그린포스트코리아
"핵폐기물 답이 없다" 시민선언 참가자 일동이 진난달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외치고 있다.(박소희 기자)/2019.03.0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수립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원전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문재인 정부가 수용,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본계획재검토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산업부는 학계, 법조계, 과학계 등의 추천을 받아 1차 후보군을 구성하고, 폐기물 정책의 핵심 이해당사자인 원전지역, 환경단체, 원자력계에는 추천 인사에 대한 제척권을 줬다. 위원회는 15인 이내로 구성, 위원장은 호선으로 선출할 계획이다. 

그런데 최근 산업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중립적 인사로만 꾸린다고 밝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수립한 기본계획에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꾸려진 재검토위인데 또 다시 이해당사자의 의견은 빠지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정부 때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까지 하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산업부의 재검토위원회 구성 계획은 기존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던 박근혜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보다 후퇴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 구성에 앞서 원전 인근 주민들을 포함한 탈핵단체들은 ‘고준위방폐물관리계획 재검토준비단’에 참여했다. 이들은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를 이끌 재검토위원회에 이해당사자들이 일부 참여하는 방식을 여러차례 제안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사용후핵역료, 즉 방사능이 매우 강한 고준위 폐기물 최종 처분 문제는 전 지구적 골칫거리다. 안전하게 폐기·보관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핵폐기물에 대해 원자력계 전문가들은 “핵폐기물을 영구 처리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발전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재검토준비단은 기본계획 재검토 요구가 박근혜 정부 당시 졸속으로 진행됐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공론화 절차와 이후 만들어진 ‘고준위방폐물 관리기본계획’을 바로 잡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처분과 중간저장 여부, 부지선정 방식, 임시저장고 증설 여부 등 재검토준비단에서 검토했던 의제만 27개에 달할 정도로 복잡하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뾰족한 답이 없지만, 졸속으로 처리하기엔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최종 처분장이든, 중간 저장 시설이든 어떤 지역도 핵폐기물 처분장을 쉽게 수용하기 힘들다. 

윤종호 고준휘핵폐기물 전국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날 “이해당사자들을 배제한 상태로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면 향후 주민 수용성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이냐“고 물었다. 10만년 이상의 관리와 책임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실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당사자들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윤 위원장의 설명이다. 

녹색당은 중립적 인사로만 꾸리는 재검토위원회 구성이 임시저장시설을 확보하려는 산업부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과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이들은 고준위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공론화 없이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려는 계획으로 해석했다.

녹색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사용후 핵연료’로 명칭을 변경해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희석하고 명분뿐인 중립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도일 뿐“이라며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를 거쳐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고준위 폐기물 공론화 과정이 ”신고리5,6호기 공론화와 다를 바 없다“고도 지적했다. 신고로 5.6호기 공론화는 불충분한 정보제공으로 핵발전소 위험과 전력량 등을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지역 주민들을 배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산업부가 제시한 추천 의뢰기관은 한국행정학회, 한국정치학회, 한국경제학회(이상 인문사회분야),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상 법률·과학분야), 한국언론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갈등학회(이상 소통갈등관리분야), 한국통계학회, 한국조사연구학회(이상 조사통계분야) 등이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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