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 알아보는 물고기 있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 알아보는 물고기 있다?
  • 권오경 기자
  • 승인 2019.04.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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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줄청소놀래기 ‘거울 테스트’ 통과···자기인식 능력 여부는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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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리스신화 등장인물 나르키소스보다 자기인식능력이 높은 물고기가 발견됐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리스신화 등장인물인 '나르키소스'보다 자기인식 능력이 뛰어난 물고기가 발견됐다.

마사노리 코다 일본 오사카시립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팀은 청줄청소놀래기가 ‘거울 테스트’의 모든 단계를 통과했다고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 최근호를 통해 밝혔다.

연구내용에 따르면 이 물고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는 행동을 보였다. 연구팀은 물고기가 직접 볼 수 없는 곳에 작은 표시를 새겨넣었다. 거울을 본 물고기는 이 표시를 발견하고 바닥에 문질러 벗겨내려는 행동을 보였다. 총 4마리 중 3마리가 바닥에 문질러 표시를 떼어내려 시도했다.

이러한 ‘마크 테스트’는 거울테스트의 핵심 단계다. 기존 연구에서 18개월 된 유아는 65%가, 코끼리는 3마리 중 1마리가, 까치는 5마리 중 2마리가 마크 테스트를 통과한 바 있다.

거울 테스트 실행에 앞서 연구팀은 야생에서 수집한 청줄청소놀래기를 수조에서 길렀다. 수조에 거울을 넣자 물고기는 처음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경쟁자로 간주해 입으로 쪼는 등 공격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하루 뒤부터 이러한 양상은 급격히 줄어 일주일째부터는 거의 사라졌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거울을 넣은 지 3, 4일이 지날 때부터 청줄청소놀래기는 몸을 뒤집어 헤엄치거나 빠르게 춤을 추는 등 거울 앞에서 평소에 보이지 않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동물행동학에서는 거울 테스트를 통과하면 자기 인식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로는 사람, 침팬지 등 유인원, 코끼리, 돌고래, 까치 등이 있다. 청줄청소놀래기는 거울테스트를 통과했지만 자기인식 능력 여부에 대해선 보류 판정을 내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코다 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가 받아들여진다면 우리의 자연관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로 물고기가 지적인 동물인지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알렉스 조르던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박사는 “이 물고기가 거울 테스트의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 결과를 물고기가 자기인식 능력이 있다는 증거로 간주해야 하느냐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처럼 같은 테스트를 통과해도 어떤 종은 인지능력을 인정하고 어떤 종은 인정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 전문가인 프란스 드 발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자기인식 능력은 종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울 테스트가 동물의 자기인식 능력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아 개념은 모든 동물의 생존에 필요한 것인데, 자기인식 능력은 어떤 단계에서 일시에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양파껍질처럼 한 켜씩 발달하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청줄청소물고기는 고도의 사회성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청줄청소물고기는 큰 물고기의 피부와 아가미에 붙은 기생충을 떼어먹으며 지내는데, 이를 위해선 속임수와 화해 등 정교한 인지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물고기는 특히 기억력, 놀이, 도구 사용, 협동 사냥 등의 행동이 뛰어나다.

roma2017@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