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과 소형 포식자 때문… 번식력 ‘저하’ 우려

야생보다 도시와 농촌에 사는 두꺼비 독이 더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야생보다 도시와 농촌에 사는 두꺼비 독이 더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도시에 사는 두꺼비의 독이 야생에 서식하는 두꺼비의 것보다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두꺼비 독이 포식자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야생에서 더 치명적일 것이란 기존 예상과 반대되는 결과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리포트’는 도시 두꺼비의 독성 농도가 자연림에 서식하는 두꺼비의 것보다 2배 높다는 헝가리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최근 게재했다.

연구 논문에 따르면 두꺼비는 올챙이 때부터 두 종류의 독을 분비한다. 하나는 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포톡신이고 다른 하나는 아주 강력한 독성인 부파제닌이다. 두꺼비는 주변 환경에 따라 이 두 물질의 비율을 바꿔 독성의 수준을 조절한다.

연구팀은 "도시 두꺼비의 독성에 포함된 부파제닌의 비율이 야생 두꺼비의 것보다 2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독샘 크기도 자연림에 사는 두꺼비의 것보다 컸는데, 이는 도시 두꺼비가 더 많은 독을 쓴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독성의 차이는 유전적 이유로 생긴 것이 아닌, 외부요인에 따른 개체 차원의 변화라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같은 조건의 실험실에서 기른 두꺼비들은 독성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베로니카 보코니 헝가리 과학아카데미 진화생물학자는 “사람이 교란한 환경에서 두꺼비 독성이 더욱 강해지는 이유는 소형 포식자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분비 교란물질(환경호르몬)을 포함한 도시의 화학물질 오염 탓이 크다”면서 “두꺼비의 독은 스트레스 호르몬 및 성호르몬과 똑같은 전구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식자의 차이도 독성 변화를 불러왔다. 두꺼비는 야생에 서식하는 대형 포식자들의 주 먹잇감이 아니다. 그러나 도시엔 여우, 너구리, 까마귀, 오소리 등 다양한 소형 포식자가 서식해 두꺼비에게 가해지는 위협이 더 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보코니 연구원은 “두꺼비가 다량의 독물을 만들수록 성호르몬 합성은 줄어들기 때문에 도시 두꺼비의 번식력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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