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헤노코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갈등
환경단체 “듀공과 산호초가 위험” 강력 반대

 
오키나와의 상징, 시샤. (Pixabay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오키나와의 상징 '시샤'. (Pixabay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한국에 제주도가 있다면 일본에는 오키나와(沖繩)가 있다. 

태평양 난세이제도(南西諸島) 남부에 위치한 오키나와는 여러 섬이 모여 군락을 이룬 곳이다. 인구는 올해 3월 기준 약 145만명.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산과 바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이 섬이 투쟁에 휩싸였다. '헤노코(辺野古)' 때문이다. 헤노코는 오키나와현 북부 나고시(名護市)에 있는 인구 1500명 가량의 작은 어촌마을이다. 

조용한 마을 헤노코가 투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미군의 공군기지 이전 문제가 계기였다.

오키나와는 위치상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요충지에 해당한다.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은 오키나와를 요긴하게 이용했다. 지금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면적은 일본 전체의 0.6%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모여 있는 일본 내 미군기지의 비율은 74%에 달한다. 그중 기노완(宜野灣) 후텐마(普天間) 공군기지를 헤노코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후텐마 공군기지의 이전이 제기된 것은 미군의 문제 행동과 사고‧소음 때문이었다. 1995년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2004년 오키나와국제대학 헬기 추락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전 국방부장관인 오노데라 이쓰노리는 “약 1만2000만 가구가 인접해 있는 후텐마 공군기지를 하루 빨리 옮겨야 한다”며 이전을 강조했다.

그 이전지로 헤노코가 결정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헤노코 앞바다를 메우고 공군기지를 이전하기로 했다. 

헤노코 앞바다. (NHK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헤노코 앞바다. (NHK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건설계획이 알려진 후 일본의 환경단체‧시민단체들은 반대 시위에 나섰다.

제2차 세계대전 오키나와 전투 당시 14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일본군의 총알받이나 노동으로 희생됐다. 전쟁이 끝나고 미군은 오키나와를 점령하고 군사기지로 사용했다. 주민들은 미군이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할 때까지 27년간 국적조차 갖지 못한 채 방치됐다. 당연히 일본 정부나 미군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2004년 5월 주민 8000여명이 모여 굴착조사 작업을 막기 위해 대규모 투쟁을 벌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공사는 2006년부터 강행되고 있다. 이후 2014년까지 후텐마 공군기지의 이전을 완료한다는 로드맵이 결정됐다.

2013년 12월 나카이마 히로카즈 오키나와현 지사가 헤노코 이전을 위한 매립을 승인했다. 이듬해인 2014년 오키나와 현의회는 “현 지사의 매립 승인은 공약 위반”이라며 사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15년 오키나와현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는 등 법적 투쟁이 발생했다. 

이후 2016년 헤노코 이전 문제에 대한 재판에서 후쿠오카 고등법원이 “헤노코 이전은 합법”이라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2017년 매립 지역의 제방건설이 시작됐고, 2018년 매립 지역에 토사가 반입되면서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듀공. (Pixabay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듀공. (Pixabay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단체들은 입을 모아 헤노코 이전을 반대했다.  

헤노코 앞바다는 바다 속 10m까지 들여다보이는 청정해역으로 산호초 등의 서식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일본 천연기념물인 '듀공'을 비롯한 희귀생물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환경단체들은 “기지가 건설되면 산호초가 파괴되고 듀공의 생태에 큰 이상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3년에는 미국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듀공을 원고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8년 12월 8일에는 백악관의 국민청원 사이트 ‘We the people’에 헤노코 이전 중단을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가기도 했다. 세계적인 그룹 ‘퀸’의 브라이언 메이와 오키나와 출신 연예인 등이 참여를 호소하면서 이 청원에는 지난 1월 8일 총 19만7988명이 동참했다. 미국 정부의 최소 응답 수인 1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2월 24일에는 헤노코 이전 문제를 둘러싼 오키나와현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주민의 52.5%가 투표에 참가해 71.7%가 반대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기지 건설을 강행할 뜻을 굳혔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헤노코를 지키기 위한 오키나와 주민들과 전 세계 환경단체의 투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hmy10@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